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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읽는 동안: 글꼴, 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절판

당신이 읽는 동안: 글꼴, 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Terwijl Je Leest

헤라르트 윙어르 지음, 최문경 옮김

우리는 평생 동안 엄청난 수의 글자를 읽는다. 책, 잡지, 신문, 보고서, 매뉴얼, 표지판, 포장지, 자막, 이메일, 문자… 평범한 책 10권만 집어 들면 당신은 400만 개가 훨씬 넘는 글자들을 들고 있는 셈이 된다(로마자 기준). 사실 그냥 글자를 많이 읽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매일 가늘거나 굵은, 크거나 작은, 기울어지거나 별난 글자를 포함해 온갖 종류의 글자들을, 아무런 무리 없이 읽어낸다. 일부 이론가들의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글꼴 식별 능력과 타이포그래피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엄청나게 많은 형태의 글꼴과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기’ 과정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당신이 읽는 동안』은 우리가 ‘읽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구름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과연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구름을 보고, 형태를 구분하고, 공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행위를 ‘읽기’로 간주해도 될까? 나아가 행위의 결과가 지식의 형태를 띠는 것은 모두 읽기로 간주할 수 있을까? 우리는 글을 보며 글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길을 걸으며 발을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딴생각을 하며 걸어도 우리는 대개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읽기에서도 마찬가지 자동화 과정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의식적이며, 또 어떤 것들은 자동인가? 글꼴 디자이너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글꼴을 만들어내는 한편, 우리가 사용하는 글꼴의 기본 형태는 수백 년이 넘는 동안 거의 변함이 없다. 전통과 혁신 사이의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은 1970년대 이미 세계적인 글꼴 디자이너 그룹에 합류한 저자가 ‘읽기’라는 행위를 둘러싼 의문에 수십 년 동안 고집스레 천착해온 결과물이다. 저자는 판독성과 가독성에 대한 실용적 역사적 이론, 그동안 글꼴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실험, 우리의 눈과 뇌가 글자를 인식하는 프로세스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또한 글꼴 디자이너, 타이포그래퍼,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이 ‘읽기’라는 행위를 위해 어떤 일을 해왔으며, 할 수 있는지 서술한다. 30~40년에 걸쳐 신문의 글자 크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데이터와 경험에 기초에 서술하기도 하고(이는 디지털 글꼴에 밀려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사실이다) 현장에서 글꼴 디자이너가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기도 한다.

물론 읽기라는 행위와, 글꼴을 둘러싼 각종 논쟁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이 짧은 책을 통해 모두 얻으려는 건 과욕일 것이다. 하지만 『USA 투데이』를 비롯해 전 세계 여러 신문에서 사용하는 글꼴부터 고속도로, 지하철 표지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위해 글꼴을 디자인해온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책은 대부분의 노련한 타이포그래퍼와 디자이너는 물론, 읽기라는 행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일화와 통찰을 담고 있다.


발췌

글꼴 디자이너와 타이포그래퍼들이 만든 결과물에 사람들의 눈과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이 주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심리학 연구에서 유래한다. 교육자와 언어학자도 한몫을 하고 신경학자도 그렇다. 텍스트의 판독성을 실제로 구현하거나 훼손할 수 있는 사람들, 즉 그래픽 디자이너와 타이포그래퍼, 글꼴 디자이너들에게서 나온 내용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은 어느 정도 읽기에 대해 그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글자꼴에 대한 그들의 전문 지식과 그것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에서 나온 실용적인 부분을 다룰 것이다. (16쪽)

그동안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또 다른 발전은 40~50년에 걸쳐 신문의 글자 크기가 점진적으로 커졌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평균 8포인트였던 글자 크기는 현재 10포인트까지 늘어났다. 지금 보면 어떻게 그렇게 작은 글자를 독자들이 허용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결국 글자의 크기가 25퍼센트 늘어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단 크기는 커지지 않았다. (155쪽)


차례

질문들
실용적인 이론
간극
사라지는 글자들
글자의 얼굴
프로세스
조각들
전통
독자의 눈
글꼴 디자인
마장마술
일탈
보기와 읽기
선택
공간
환영
신문과 세리프
레퍼토리
공존
읽는다는 것

역자 후기
주(註)
참고 문헌
찾아보기


지은이

헤라르트 윙어르는 1942년 아른험에서 태어났다. 암스테르담 헤릿 리트벌트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1975년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다양한 글꼴을 개발해왔다. 대표적인 글꼴로 네덜란드 도로표지판을 위해 디자인한 ANWB 폰트, 『USA 투데이』와 『슈투트가르터 차이퉁』을 비롯해 몇몇 유럽 신문에 사용되는 걸리버(1993), 스코틀랜드와 브라질 신문에서 사용하는 코란토(2000) 등이 있다. 이외에 우표, 동전, 잡지,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편 헤릿 리트벌트 아카데미, 레딩대학교, 레이던대학교에서 30년 넘게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쳤다.

옮긴이

최문경은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 스위스 바젤 디자인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다. 잡지 『디플러스』에 연재된 ‘타이포그래피 투모로우’를 기획해 국내외 타이포그래퍼들의 다양한 생각을 소개했다. 옮긴 책으로 제임스 크레이그의 『타이포그래피 교과서』(2010)가 있다.


편집

박활성

디자인

강경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