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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문장부호와 숫자

  • 이용제
  • ,
  • 심우진
  • ,
  • 박활성
210 × 125밀리미터 / 192쪽 / 사철 소프트커버 / 2015년 7월 30일 발행 / 15,000원 / ISBN 978-89-94207-55-1 03600
  • 타이포그래피

문장부호와 숫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글을 다루는 디자이너라면 한번쯤 문장부호와 숫자 문제로 골치를 썩곤 한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아도 글자사이가 엉망이 되거나 글줄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장부호와 숫자는 문장을 이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글에 깊이 스민 외래 요소로서 문장부호와 숫자를 다룬다.

1부는 카렌 쳉이 쓴 『글꼴 디자인하기(Designing Type)』(2006, 예일 대학교)에서 숫자와 문장부호에 대한 내용만 발췌 번역한 것으로, 말 그대로 라틴 문자권의 글꼴 디자이너가 그 둘을 디자인할 때 어떤 지침에 따라 디자인하는지 살펴보는 내용이다. 문장부호와 숫자가 한글과 달라 문제가 생긴다면 먼저 그것이 어떤 형태적, 구조적 특징을 가지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비교적 기본적인 내용이고 동아시아권 문장부호 등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지만 시작점으로는 참조할 만하다.

2부에서는 네 명의 필자가 네 측면에서 문장부호를 다룬다. 먼저 노민지는 한글에 쓰인 문장부호의 역사와 흐름을 짚어줌으로써 우리가 현재 쓰는 문장부호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한글에 스몄는지 살핀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쓰인 고리점을 시작으로, 우리 고유의 문장부호로 추측되는 어미괄호, 개화기 신문, 소설, 잡지, 교과서 등을 통해 수용된 서구의 문장부호, 『조선어문법』(1925) 이후 국어 문법서에 규정된 문장부호의 변천사를 개괄한다.

둘째로 이용제는 한글꼴을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현재 문장부호의 모양과 크기, 위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그는 글꼴을 디자인하며 문장부호에 대한 의문이 들었지만 “왜 문장부호를 세로쓰기용과 가로쓰기용으로 나누었는지, 서양의 문장부호를 한글에 어떠한 기준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해도 무엇 하나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이어서 가로쓰기와 풀어쓰기에 대한 최현배의 주장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추론을 시도하고, 가로쓰기와 세로쓰기 등 쓰임새에 맞는 문장부호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셋째로 심우진은 이미 만들어진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디자인 현장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드러내고 모든 것이 코드 값으로 입출력되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표준화 이슈를 중심으로 문장부호 조판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키보드 자판에 있는 부등호(< >) 기호가 흔히 원래의 홑화살괄호(〈 〉)를 대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위치와 높이 등에 대한 아무런 기준 없이 디자인되는 문장부호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그에 대한 최소한의 개선책은 무엇인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박활성은 편집자의 입장에서 문장부호의 용법과 양상 문제를 건드린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문장부호와 규정상 문장부호의 격차가 점점 커져 그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단행된 이번 한글맞춤법 문장부호 규정 개정안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직시하고 디자이너들이 조판하는 관습적인 문장부호 양상에 의문을 던진다.

이 책은 읽고 바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문장부호와 숫자의 역사와 의미를 두루 살피는 참고서도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그보다 훨씬 소박하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부호와 숫자가 한글 타이포그래피 환경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이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피상적 이해를 넘어 구체적으로 왜 그런 불협화음이 생기는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발췌

지금도 문장부호는 언어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들만 따져도, 타이포그래피적 기준에서 스무 개가 넘는 문장부호가 존재한다. 더욱이 새로운 부호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느낌표와 물음표를 합친) 감탄의문부호(interrobang)가 그런 예다. 그러나 그 형태가 얼마나 참신하든, 문장부호의 주요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사고를 조직하고 명료하게 하는 것. 문장부호는 오로지 뜻과 의미를 보조하는 존재다. 따라서 그 디자인 역시 목적에 부합할 때 가장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카렌 쳉, 12쪽)

아마 4의 복잡함을 따라갈 숫자는 없을 것이다. 먼저 세 가지 주요 뼈대 양상이 있다. 얇은 크로스바를 가진 얇은 대각선, 두꺼운 크로스바를 가진 얇은 대각선, 또는 얇은 크로스바를 가진 두꺼운 대각선. 여기에 대각선 자체가 가진 다양한 선택지가 따라붙는다. 곧을 수도, 굽을 수도, 굵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크로스바 및 스템과 붙을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붙을 때 결합 부위가 날카롭거나 뭉툭할 수 있으며, 떨어질 때면 획 사이의 틈을 얼마나 둘지도 생각해야 한다.(카렌 쳉, 61쪽)

전통적으로 한자 문화권에서는 글에 문장부호를 쓰지 않았다. 글을 읽을 때 독자가 부점(符點)하는 능력을 학식으로 평가하고 중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은 종결어미에 문장부호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중요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때 의미상 구분을 위해 구두점이 쓰였는데, 이는 오늘날 쓰는 문장부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문장부호는 개화기 이후 일본을 통해 유입된 서양식 체계이다.(노민지, 101쪽)

고리점과 모점은 옛 한자 문화에서 전해 온 것으로, 그 기원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비슷한 부호가 나타났고, 송나라 때 문헌에서 고리점을 볼 수 있다. 우리 역시 한글 창제 이전 한자를 썼을 때도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이러한 부호들을 써 왔었다. 그러나 한글을 가로로 쓰기 시작하면서 서양 문화에서 가져온 .와 ,를 사용하고 있다. 바뀐 것은 문장 방향인데 왜 문장부호가 달라졌을까. 합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이용제, 135쪽)

문제는 수작업 기반의 납 활자나 사진 활자(수동 사식기 기준)는 업체의 내부적인 원칙만으로도 조판하고 인쇄할 수 있었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각 문자에 부여한 코드 값으로 입출력하므로, 매체끼리 문자 코드가 호환되지 않으면 이른바 문자 깨짐 현상으로 읽을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형상은 비슷하나 다른 문자를 사용하여 혼선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현재 온라인에서 배포 중인 한글 맞춤법 표기 규정 문서에서도 가운뎃점 표기에 한글 아래아(U+318D)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 둘은 그 쓰임새와 의미가 전혀 다른 문자이다. 한글 전용 가운뎃점을 새롭게 지정하거나 기존의 가운뎃점(middle dot, U+00B7)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듯 디지털 환경에서 문자를 정확히 규정하기 위해서는 소리, 꼴, 뜻이라는 기존 문자의 3요소에 ‘코드’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심우진, 147쪽)

명목상 이번 개정의 목적은 문장부호의 ‘현실화’이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문장부호와 규정상 문장부호의 격차가 점점 커져서 봉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되는 관행을 흡수하고, 예전 규정도 최대한 살리면서 나름 공들여 실리를 취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현실화’란 원고지와 활판인쇄에 대한 디지털 글쓰기의 승리를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낫표와 화살괄호 대신 따옴표를 합법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3.1운동’처럼 이전에 가운뎃점을 쓰던 곳에 마침표를 쓰거나, 때에 따라 가운뎃점을 쓰지 않고 쉼표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진짜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쓸 수 없는 (쓰기 힘든) 것이다.(박활성, 173쪽)

편집자 일러두기

**1부 문장부호와 숫자 디자인 / 카렌 쳉**
문장부호
숫자

**2부 한글과 문장부호**
한글에 쓰인 문장부호의 흐름 / 노민지
한글꼴 문장부호 디자인에 대하여 / 이용제
한글 타이포그래피 환경으로서 문장부호 / 심우진
우아한 문장부호의 세계를 위해 / 박활성

부록
한글 맞춤법 문장부호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