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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공유하는 시간

THE TIME WE 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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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희 엮음
152 × 214밀리미터 / 344쪽 / 사철 소프트커버 / 2023년 11월 1일 / 22,000원 / ISBN 979-11-93480-01-4 03680
  • 김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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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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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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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와 민 디자인
  • 다원 예술
  • 슬기와 민
  • 옵/신 페스티벌
  • 작업실유령

원래 가격: ₩22,000.현재 가격: ₩19,800.

“이 책은 지난 20년간 우리가 공유해 온 공연예술의 미학적, 형식적 도전과 이를 주도해 온 예술가와 기획자의 비전, 태도, 통찰을 회고한다. 동시대 예술과 접목하지 못하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예술의 장을 개척한 페스티벌 봄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거쳐 옵/신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교류와 담론 구축을 일궈 온 기획적 시도들을 반추해 본다. 이는 이들을 통해 활성화된 예술적 혁신의 유산이 무엇인지 돌아봄과 동시에 오늘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어떻게 연장해 갈 수 있는지 고민하기 위함이다.”(김성희, 「들어가며」,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 10쪽)

우리가 공유한 시간

‘다원예술’은 우리 시대의 예술을 둘러싼 특징적인 용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온갖 정의를 벗어나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으면서 공연장에서, 미술관에서, 또 다른 장소에서 ‘불가능’에 대한 질문을 던져 온 움직임과 태도는 해를 거듭하며 국내 예술계에 꾸준히 영향을 끼쳐 왔다. 특히 지난 20년간 페스티벌이라는 장치를 기반으로 삼아 한국 다원예술의 독보적인 흐름과 지형을 만들어 온 행사들이 있다. ‘다원예술 축제’를 표방했던 페스티벌 봄(2007~2013),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공연들(2013~2016),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원예술 프로젝트(2017~2018), 그리고 2023년 현재까지 열리고 있는 옵/신 페스티벌(2020~ ).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은 이 행사들을 이끌어 온 기획자 김성희가 그동안 함께한 동료 예술가들의 글들을 새롭게 엮은 책이다.

다원예술이 도전해 온 궤적을 다시금 반추해 보는 이 책은 국내 주요 페스티벌의 흐름을 따르면서 시간이 지난 지금 이 행사들이, 작품들이 던졌고 자아냈던 질문들을 총체적으로 살핀다. 전 세계의 혁신적인 예술가들을 국내 무대에 적극적으로 초청하며 동시대 예술의 간극을 좁히고자 했던 페스티벌 봄은 포스트드라마 시어터, 농당스, 장소 기반, 수행성, 관계 미학 등 예술의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면서 이곳의 새로운 태도와 방법,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는 서구 유럽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전략적으로 조망하고 재발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는 아시아 동시대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 가는 한편 연간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과 공동체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살폈다. 그리고 현재 옵/신 페스티벌은 자본주의라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예술의 가능성과 자율성을, 나아가 지속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이다. 질문들과 함께 시작된 작품과 행사는 많은 것들을 이루어 나갔지만 여전히 질문들과 함께한 채이기도 하다. 그간의 성과에 만족해 버리는 대신 지나온 자취를 더듬으면서 남아 있거나 새로 발생해 있는 질문들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 다원예술의 태도에 어울리는 선택일 것이다.

책의 구성은 여러 페스티벌에 다양한 입장으로 참여해 온 작가, 비평가, 기획자, 스태프, 관객의 에세이와 리뷰, 인터뷰, 대담, 서신, 설문, 대본 등 다채로운 형식의 글들로 이루어졌다. 페스티벌의 역사와 직접 관련된 경우뿐만 아니라 흐름상 느슨히 연관되거나 지향점으로서 함께 살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글들도 새롭게 수록했다.

우리가 공유할 시간

이 책의 제목은 벨기에 국제 예술 축제 쿤스텐페스티발데자르의 예술 감독이었고 2014년 에라스뮈스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 작고한 프리 레이선의 말,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The Time We Share)”에서 비롯되었다. 엮은이 김성희는 서두에서 제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은 쿤스텐페스티발데자르의 프리 레이선 예술 감독이 ‘동시대 예술’을 유럽 중심적인 지리적 발상에서 벗어나 모든 지구인들이 능동적으로 예술의 역사 쓰기에 동참하는 시간적 발상으로 재정립하면서 즐겨 썼던 표현으로, 이를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우리의 지난 20년 역시 이러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한 일부였음을 공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은 정신 그 자체다.”(13쪽)

동시대 예술이 동시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을 둘러싼 조건과 상황이 적합하게 조성되어야 한다. “한 공연의 미학은, 작품을 고르고 지지하며 그 작품을 시공간 안에 위치시키고 필요한 지원을 통해 실현시키는 예술 감독의 윤리 없이는 무의미합니다.”(62쪽)라고 단언하는 작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말은 그동안 우리의 시공간에서 펼쳐진 예술 작품들의 배경을 알려 준다. 나아가 사회 안에서 예술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오늘날 예술 축제는 어떠한 지향점을 가져야 할지, 예술 공동체란 과연 무엇인지, 예술가들이 어떻게 ‘덜 하기’와 ‘불일치’라는 자율적인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을지, 어떻게 ‘진짜 문제’에 닿을 수 있을지,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은 앞으로 우리가 공유하게 될 수 있을 시간을 향한 길을 여러 갈래로 열어 둔다. 그리고 이 모든 질문의 전제는 다시 우리에게 있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동시대 예술이 우리에게 전하는 정신이자 태도이다.”(14쪽)

—옵/신 페스티벌 2023(10월 31일~11월 26일)
“올해 옵/신 페스티벌은 20~21세기 예술사를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예술적 관점과 형식들을 한데 모아 회고전을 개최한다. 페스티벌 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그램을 거쳐 옵/신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기획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예술계의 지형 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신념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전환하려는 염원을 담는다. 지난 20여 년 동안 공연예술의 가장 과감한 확장을 시도해 온 예술가들에 경의를 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옵/신 페스티벌 웹 사이트 소개 글, http://obscenefestival.com/festival)


발췌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강요하고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일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사회를 바라보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행하지 못하는 이 역할을 특정한 집단에게 위임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를 대신해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또 비판하고, 또 우리가 지금 있는 세계로부터 다른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는 다른 비전들을 고안해 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예술가들입니다. 진짜 예술가들입니다. (프리 레이선, 「사회 안에서 예술의 역할」, 16쪽)

‘다원예술’의 위태로운 태생과 불안정한 정의를 빌미로 그것이 지시하던 새로운 방법론들을 무화하는 것이야말로 학술적인 태만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었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촉매제가 되어 어떤 새로운 가능성들을 견인했는가의 문제이다. […] 다원예술은 때로는 불가능한 가능성들이다. 다원예술은 불가능을 지시하고 수행하는 실천이다. 불가능한 범주의 불가능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김성희, 「오늘을 멀리 보기, 미래를 가까이 보기」, 19쪽)

우선 다원예술은 태도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장르 간 혼합이라거나 기능적인 다원주의적 실험이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다원예술은 세계관의 문제다. 예술의 종합이 시도되는 지점에서 ‘예술의 완성도를 제련하자’가 아니라, ‘예술 실천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굵은 질문을 재발명하는 것이다. (김남수, 「‘다원예술’의 재명명 혹은 재발명」, 19쪽)

안무와 춤은 서로 너무나 다른 별개의 실천이다.
안무와 춤이 일치하는 경우에 안무는 춤을 추고자 하는 욕망의 분출 경로로 기능한다. 그렇기에 혹자는 안무적 경험의 본질은 오직 신체에 머무른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무가 신체를 빼놓고, 이를테면 ‘안무적 사물’을 통해서 자신의 원칙에 대한 자율적인 표현을 생성할 수는 없을까? (윌리엄 포사이스, 「안무적 사물」, 40쪽)

그들은 저널리스트나 다큐멘터리 감독처럼 진짜 목소리를 찾는다. 아르헨티나의 잡역부, 바젤의 미니어처 기차 모델 조립가, 벨기에의 연설 작가, 취리히의 심장 전문의 등 실존하는 사람들을 경청하고 (‘프로토콜’을) 기록한다. 작업 과정에서 그들이 맡는 역할은 연출가보다는 관객의 위치에 가까울 지경이다. 이야기는 이미 발생한 상태다. 문맥을 부여하고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관객이 자신들만의 해석적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말이다. (게랄트 지크문트, 「연극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리미니 프로토콜」, 48쪽)

무용수들은 작업의 모든 면에 책임을 지고, 저는 제 이름으로 콘셉트를 제시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제 이상이에요. 그들이 무용수로서 춤으로 된 주석을 달아 작품의 이야기를 끌어가고, 저는 그들이 안무 텍스트를 써내려 가는 과정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 형태죠. 저는 해석자들이 제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신만의 솔로 작품을 만들기를 바라요. (제롬 벨, 「이메일들 2009~2010」, 54~55쪽)

반드시 극작가가 쓴 대본을 전문 배우가 공연장의 조건을 충족하는 공간에서 공연하지 않아도, 다시 말해 기존의 전통적인 장르의 방식으로 기획하고 창작하지 않아도, 연극일 수 있고, 공연일 수 있고, 예술일 수 있다는 가르침, ‘왜,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가설을 세울 수 있다면 예술에서 어떤 정해진 기준도 따라야 할 규칙도 없다는 가르침. 전통과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오히려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안에서 공연예술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에 더 방점을 찍게 되었고, 그 고민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공연 기획자로서, 시민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살고 창작하는 모든 시작점에 페스티벌 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주영, 「페봄 키드」, 68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에 참가한 작가들은 유럽의 식민주의가 소위 비유럽 국가들의 역사에 무엇을 기입하고 배제시켰는지 질문한다. 그 답을 구하기 위해 그들은 정치 , 경제 , 문화를 점령했던 그리고 점령하고 있는 특정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시간에 균열을 가한다. 그로부터 생성되는 새로운 지형 속에서 현재를 재구성한다. 오늘날 예술이 행하는 기억 행위는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시간을 구성하는 일이다. (이경미, 「아시아의 눈, 역사와 사회를 향한 삐딱한 응시」, 88쪽)

영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꿈에도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인간의 몸이 항상 꿈을 꾸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나의 모든 작품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꿈은 그보다도 한 차원 더 개인적인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개인이 경험하는 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대단히 깊은 의미가 있다. 따라서 꿈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내게는 모티브가 된다. 영화와 꿈은 이런 점에서 연결 고리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 나는 영화가 다른 사람의 꿈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열병의 방」, 110쪽)

페스티벌은 단순히 여러 작업을 모아 놓고 한꺼번에 많이 보여 주는 뷔페식 행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모든 것에 끊임없이 ‘왜’를 붙이는 개별 작업들과 구성원이 모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공론장에 가깝다. (김지선, 「왜」, 169쪽)

권태란 이 세계에 딱 맞는 시간이란다. / 우리는 과도한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서 / 자극이 없는 것은 곧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 그래서 나는 아주 정중하게, / 권태로울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한다. (엘 콘데 데 토레필, 「풍경 앞에서 사라지는 가능성들」, 176~177쪽)

예술가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형식은 항상 그 예술가가 예술에 관해 상상하는 바를 드러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18 ‘아시아 포커스’에서 만난 두 공연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극장의 개념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을 보여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극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데 쓰여야 하는지, 아니면 실제 현실을 인식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최근의 논쟁까지 정확하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크리스토프 브리앙숑, 「석화된 현실에서 경험된 초현실로」, 182쪽)

이제 ‘함께’하는 게 뭔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부터 다른 방식으로 모색해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비공동체적 공동체의 형태로요. (르네 폴레슈,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197쪽)

오늘날 축제가 존재해야 한다면, 그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어떤 축제의 형식과 경험이 오늘날 유효한 방식이 될 수 있을까? 새로움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 예술에 미래를 그릴 힘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김신우, 「축제라는 항해, 그리고 우리 앞에 떠오른 것들」, 202쪽)

가능의 영역은 개연성의 영역이다.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아마도 이것이나 저것, 어느 정도의 가능성 등 언제나 이미 인식된 것, 상상 가능한 것 안에 있다. 잠재성은 이와 전혀 다른 것으로, 가능, 불가능, 인지나 지식을 넘어선 영역이다. 잠재성 안에서는 개연성이 분해되며 미결정성, 완전히 예측 불가한 것, 우발적인 것에 자리를 내준다. (마텐 스팽베르크, 「필요」, 213쪽)

책을 아무리 많이 , 아무리 잘 외웠다고 해도 계속해서 ‘하지’ 않으면, 되풀이하지 않으면, 기억은 다시 사라져 버린다. 이 끊임없는 이어짐과 ‘하기’에 대한 헌신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것 같다. 이는 프로젝트의 전제이자 방법론이며, 시간이 지나도 계속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테 에드바르센, 「단단하지 않은 공간」, 225쪽)

자신의 무용한 일에서 그 어떤 게으름의 흔적도 지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는 자신이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진짜 게으름을 비출 수 있는 그 어떤 비판적 힘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만다. (보야나 쿤스트, 「예술과 노동」, 232쪽)

2000년대 초반에는 모든 예술 맥락에서 수행성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비엔날레, 미술관, 문학 축제에 수행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야 했다. 이 시기에 무용이 미술관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작품이 수행적인 것으로 포장되었다. 수행성은 꽤 자주 형용사로 쓰였는데, “그 작품은 약간 수행적이지.”라는 말은 마치 그것이 흥미롭거나 쿨하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수행성은 양적인 단위로도 사용됐다. 어떤 것이 더 수행적이거나 덜 수행적일 수 있다는 듯 말이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춤을 많이 춘다거나, 통통 튀는 걸음으로 걷거나, 과장된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당신의 정체성이 더 수행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물질적인 것을 포함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의 정체성, 이를테면 의자, 도시, 역사적 사건, 무용 공연, 진료 예약 등은 수행적이다. 무언가가 다른 무언가와 관계 맺는 순간, 수행성은 필연적이다. (마텐 스팽베르크,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242쪽)

현재중심주의를 탈피한 연극 — ‘지금 아님-여기 아님’을 향한 연극 — 을 목표로 삼는 것. 그럼으로써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한 연극에 이르는 것. 이 콘셉트는 작품이 상대하는 시간의 스케일을 바꿀 뿐 아니라, 작품이 상대하는 맥락이 겨냥하는 범위도 바꾸게 될 것이다. (오카다 도시키, 「‘지금 아님-여기 아님’을 향한 연극」, 251쪽)

해결 불가능한 문제. 공간을 뒤섞고 꼬아 놓고, 사람들 옆에 남고 뒤에 남아 거리에서 사람들을 따라 흐르고, 사람들을 둘러싸고 비틀고 사로잡고 유혹하는 문제… 그러니까 유령과 뒤엉킴의 페스티벌. 꼬인 매듭의 페스티벌. 뒤엉킴과 물음들을 꿈꾸는 바보들의 페스티벌. 고뇌하는 자들의 페스티벌. (팀 에철스, 「페스티벌의 알파벳」, 286쪽)

차례

들어가며 / 김성희

1 변화를 위한 질문: 페스티벌 봄
사회 안에서 예술의 역할 / 프리 레이선
오늘을 멀리 보기, 미래를 가까이 보기 / 김성희
질문들 / 김성희
‘다원예술’의 재명명 혹은 재발명 / 김남수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엘리트란 없다. 사회에서 예술은 불편한 대위법이 되어야 한다.” / 프리 레이선, 쿤스텐페스티발데자르 임직원 일동
안무적 사물 / 윌리엄 포사이스
우리는 왜 움직이는가? / 서현석
연극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리미니 프로토콜 / 게랄트 지크문트, 플로리안 말자허, 옌스 로젤트, 미리암 드라이세, 한스티스 레만
이메일들 2009~2010 / 제롬 벨
프리 레이선을 위한 찬사 / 로메오 카스텔루치
페봄 키드 / 고주영, 구자하, 서영란, 정진새

2 아시아를 다시 보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이제는 아시아가 서로를 바라볼 때 / 김성희
전 지구에 공명하는 고래의 노래 / 김남수
아시아의 눈, 역사와 사회를 향한 삐딱한 응시 / 이경미
지도 그리기와 호랑이, 그리고 연극성 / 다키구치 켄, 호추니엔
열병의 방 / 사사키 아츠시,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아시아라는 세계 / 마티아스 릴리엔탈
아시아의 동시대 공연예술, 그 씨앗 / 야마구치 마키코
도깨비의 탄생 / 마크 테
월경과 혼재 / 요우미
응시, 투영, 신화 / 헬리 미나르티
「해변의 아인슈타인」에 관한 시공간의 단상들 / 서현석

3 사유하는 공동체: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1세기 매트릭스 그 안에서 예술하기 / 이경미
동쪽의 새로운 흐름! / 마리 소르비에
황혼과 여명 사이에서 / 서현석
왜 / 김지선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 아너 테레사 더케이르스마커르
풍경 앞에서 사라지는 가능성들 / 엘 콘데 데 토레필
역사의 서사에 누락된 각주 달기 / 남선우, 로이스 응
석화된 현실에서 경험된 초현실로 / 장크리스토프 브리앙숑
미술관에서 공동체를 재발명하는 것이 대체 가능하기는 한 걸까? / 최승희
현혹의 사회적 맥락이여,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 르네 폴레슈

4 불가능을 상상하기: 옵/신 페스티벌
축제라는 항해, 그리고 우리 앞에 떠오른 것들 / 김신우
장(場)에서 벗어난, 춤을 지운 춤 / 이경미
필요 / 마텐 스팽베르크
리얼 픽션 / 빅토리아 페레즈 로요
단단하지 않은 공간 / 카린 할트, 메테 에드바르센
예술과 노동 / 보야나 쿤스트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 마텐 스팽베르크
우리의 몸은 우리가 실제로 가진 전부다 / 엘 콘데 데 토레필
‘지금 아님-여기 아님’을 향한 연극 / 오카다 도시키
다원이라는 질문들, 단상들, 그리고 문장들 / 성용희
실재하는 달-두꺼비가 사는 상상의 정원 / 임고은
바닥에서 황혼까지 / 허명진
페스티벌의 알파벳 / 팀 에철스

나가며 / 프리 레이선

부록
다원예술 아카이브
저역자 소개
저역자 소개

게랄트 지크문트(Gerald Siegmund)
독일 기센의 유스투스리비히대학교 응용연극학 교수. 요한 볼프강 괴테 프랑크푸르트 암마인대학교에서 연극학, 영문학, 프랑스문학을 전공했고 논문 「기억으로서의 연극」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주영
2008년부터 페스티벌 봄을 관람하며 작업과 삶에 영향을 받은 페봄 키드 중 한 명을 자처한다. 2012년부터 공연예술 독립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움직이는 집@서울」(2012), 「서울시주거대책위원회」(2012), 「안산순례길」(2015~2019)의 연장선상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페스티벌 중 「제로 리:퍼블릭」을 기획했다. 현재 「연극 연습 프로젝트」, 「플랜Q 프로젝트」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구자하
음악, 영상, 로보틱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동시대 연극의 미래에 대해 모색한다. 2014년부터 ‘하마티아 3부작’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동아시아의 정치적 지형과 식민지 역사,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 왔다. 3부작의 첫 번째 작업인 「롤링 앤 롤링」(2015)은 언어 제국주의와 그에 대한 문화적 침묵에 대해, 두 번째 작업 「쿠쿠」 (2017)는 박탈된 경제적 주권과 배제된 사회적 구성원에 대해, 마지막 작업 「한국 연극의 역사」 (2020)는 타율적 근대화와 문화적 폐허에 대해 집중하고자 했다. 현재 ‘하리보 김치’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2024년 5월 브뤼셀에서 초연할 예정이다.

김남수
안무 비평가, 연구자, 기획자, 드라마투르크. 2002년 제9회 무용 예술상 무용평론 부문에 당선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판』 편집위원,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원, 2011년 국립극단 선임 연구원, 2013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아카이브팀장, 2014년 판교 테크노밸리 경기문화창조허브 사슴뿔도서관 프로젝트, 경기 창작센터 기획 레지던시 등 무용, 연극, 미술, 학술, 다원예술에 걸쳐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다. 『백남준의 귀환』 공저자이며,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를 기획, 편집했다. 현재 『몸』 편집장이다.

김성희
기획자로서 다양한 예술 형식과 관점을 소개하고 제작해 왔다. 2007년 다원예술 축제 페스티벌 봄을 창설해 2013년까지 초대 예술 감독을 맡았고,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2~ 2005)와 백남준아트센터 개막 축제 『나우 점프』 스테이션 2 (2008) 예술 감독,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초대 예술 감독(2013~2016),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 감독(2017~2018), 옵/신 페스티벌 초대 예술 감독(2020~2023)을 역임했다. 『미래 예술』(2016) 공동 저자다.

김신우
프로듀서. 페스티벌 봄, 부산국제영화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래밍 어시스턴트와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옵/신 페스티벌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일했다. 현재 독일 기센대학교 응용연극학연구소의 ‘안무와 퍼포먼스’ 박사과정 중이다.

김지선
사회 시스템과 문화, 노맨즈랜드(법, 규범, 국경에 의해 생겨난 물리적 영토 내에서의 다층적 공간, 실재적 장소이나 시스템에 의해 배제된 공간, 온라인 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찢긴 여권을 들고 국경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2011년 게릴라 언론 집단을 출범하고 선거 유세 현장을 돌며 정치적 메시지를 교란시키는 작업을 했다. 2012년작 「웰-스틸링」에서는 혁명을 모의하는 장치를 개발해 광장을 점거했으며, 2014년 「다음 신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온라인 게임과 현실 세계의 기행을 병치시켜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의 변화를 추적했다.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에서 세계의 외부를 설정해 시뮬레이션하는 새로운 「다음 신의 클라이막스」를 발표했고, 2016년 벨기에 쿤스텐페스티발데자르에 초청되었다. 2014년에는 네덜란드 레이크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노맨즈랜드에 대한 전시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나/세계를 감각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인간 지능의 복제물을 거울 삼아 인간에 대해 묻고,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된 세계와 가치관을 재고하는 「딥 프레젠트」를 발표했고, 2020년에는 비디오게임의 스토리텔링으로 사유의 궤적을 추적하며 그 구조를 질문하는 「슬픔의 집」을 선보였다.

김해주
큐레이터.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으로 근무했고, 2022년 부산비엔날레 전시 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SAM)에서 선임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남선우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에 대한 글을 쓴다. 월간미술, 큐레토리얼 랩 서울, 일민미술관 등에서 일했고,
현재는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일하고 있다.

다키구치 켄(滝口健, Takiguchi Ken)
극작가, 번역가. 싱가포르 국립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연극 작품에 참여했다. 아시아 드라마투르크 네트워크의 창립 멤버다. 현재 도쿄 세타가야 공영극장에서 근무하며 도쿄예술대학교에서 가르친다.

로메오 카스텔루치(Romeo Castellucci)
1960년 이탈리아 체세나 출생. 10대였던 1979년, 여동생 클라우디아 카스텔루치와 또 다른 남매 키아라 주디, 파올로 주디와 더불어 기존의 정형화된 연극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작업하기 시작했고, 1981년 ‘소치에타스 라파엘로 산치오’라는 이름 아래 극작, 연출, 세트 디자인을 총괄하는 제작 체계를 갖췄다. 로메오 카스텔루치는 볼로냐 예술학교에서 회화의 조형성을 무대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그 철학적 원천으로서, 클라우디아 카스텔루치와 키아라 주디는 통상적인 비극 연출에서 탈피해 연극을 소리와 시각적 자극으로 발생하는 감각의 총체적 격발로 인식해야 함을 피력해 왔다. 동물과 자동기계, 신체 장애를 겪는 배우나 어린이들의 존재감이 조명, 세트, 음향, 의상의 조형성과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소치에타스 라파엘로 산치오의 무대는 정신과 물질적 세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심층적인 질문을 작동시킨다. 서아시아와 유럽의 신화 및 고전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초기의 연작에 이어 2002년부터는 유럽 공동체의 지원을 받아 『내악골 비극』 시리즈에 착수해 2년 동안 유럽 도시 열 곳을 배경으로 인간의 정신과 연극이 갖는 상관관계를 탐구해 왔다. 2008년에는 아비뇽 페스티벌 주빈 작가로 선정되면서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3부작을 선보이며 종교의 근원에 대한 동시대적인 사유를 제안했다.

로이스 응(Royce Ng)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디오·퍼포먼스 아티스트. 아시아 근현대사, 다국적 무역, 정치, 경제, 예술의 교차점에 관한 작품을 선보였다. 취리히 야콥스 미술관, 뉴욕 퍼포마비엔날레 호주관,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에서 전시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과 함부르크 캄프나겔 극장에서 「뱀파이어 기시」를 공연했다. 3부작 프로젝트 『아편 박물관』 중 「쇼와의 유령」과 「조미아의 여왕」이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젝트에서 선보였고, 이어 독일, 스위스, 홍콩 등에 소개되었다.

르네 폴레슈(René Pollesch)
독일의 극작가, 연출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베를린 폴크스뷔네 예술 감독을 역임했다.

마리 소르비에(Marie Sorbier)
프랑스 예술 평론가, 저널리스트. 프랑스 문화 예술 비평지 『이오』(I/O) 편집장이다.

마크 테(Mark Teh)
‘역사, 기억, 그리고 도시’라는 맥락에 초점을 두고 다각적인 형태로 작업하는 연출가, 큐레이터, 연구자.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공연예술계 인사들을 다룬 일련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1948년부터 1960년까지 일어났던 말레이시아 사태를 가까이에서 재조명한 「발링(멤발링)」 (2006), 「발링 회담」 (2011) 등의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그의 작업은 주로 공연에 기반을 두지만 전시, 교육, 사회적 개입, 글쓰기, 기획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파이브 아트 센터의 회원이다.

마텐 스펭베르크(Mårten Spångberg)
여러 영역에 걸쳐 활동하는 안무가, 무용 이론가. 확장된 영역에서의 안무, 다양한 형식과 표현을 통한 안무의 실험적 실천 등이 주된 관심사이며 다층적 형식을 띤 실험적 실천을 통해 이 문제들에
접근해 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톡홀름의 무용 대학교에서 안무학을 이끌었고 2011년 『스펭베르크주의』를 출간했다. 최근에는 생태학과 후기 인류세 미학에 관한 작업을 발표하고 있다.

마티아스 릴리엔탈(Matthias Lilienthal)
1959년생 베를린 출신의 드라마투르크, 예술 감독. 빈 국립극장, 바젤 극장을 거쳐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베를린 폴크스뷔네에서 드라마투르크로 활동하며 공연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2년과 2014년 독일 세계 연극제의 감독을 역임했고, 다양한 도시에서 펼쳐진 극장 투어 포맷 ‘X-보눙엔’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예술 감독과 사무총장으로 헤벨 암 우퍼를 이끌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뮌헨 카머슈필레의 감독을 역임하였다. 다양한 사회 현안을 다루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독일 ‘올해의 연극상’을 수차례 수상하였다.

메테 에드바르센(Mette Edvardsen)
오슬로와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퍼포머. 그의 일부 작품은 영상, 책, 글쓰기 등 다른 매체와 형식의 작품을 탐구하기도 하지만,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관심사는 실천과 상황으로서 공연예술의 관계성이다. 여러 무용단과 프로젝트에서 무용수, 퍼포머로 활동해 왔으며 2002년부터 자신의 안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오슬로의 블랙박스 극장에서 회고전이 열렸고, 2018년 바르셀로나의 MACBA에서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미리암 드라이세(Miriam Dreysse)
기센대학교에서 응용연극학을 전공했고, 힐데스하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연극학을 가르친다. 현대 연극과 공연, 젠더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야나 쿤스트(Bojana Kunst)
철학자, 예술 이론가. 독일 기센대학교 응용연극학 연구소의 교수로 ‘안무와 퍼포먼스’ 학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주 연구 대상은 컨템퍼러리 퍼포먼스, 연극, 무용에서의 몸이며, 몸의 철학, 예술과 기술, 예술과 과학, 연극과 춤 이론, 동시대 정체성의 재현 등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둔다. 저서로 『불가능한 몸』(1999), 『위험한 연결: 몸, 철학, 인공과의 관계』(2004) 등이 있다.

빅토리아 페레즈 로요(Victoria Pérez Royo)
사라고사대학교 미학과에서 예술 이론을 가르치고, 여러 나라의 예술대학 프로그램에서 세미나를 진행한다. 스페인 쿠엥카의 예술 연구 협회 아르테아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현대 무용, 공공 공간 및 건축』 (2008), 『실천과 연구』(2010), 『10개의 텍스트와 몇 개의 빈 페이지』(2012), 『다수를 구성하다: 몸, 무대, 정치』(2016), 『더티 룸』 (2017) 등의 책을 공동 편집했다.

사사키 아츠시(佐々木敦, Sasaki Atsushi)
평론가. 음악 레이블 HEADZ와 웹사이트 『전용』의 디렉터이자 겐론 사사키 비평이론 학교의 주임 강사. 와세다대학교, 타마예술대학교, 도쿄공과대학교 등에서 가르친다. 『장뤼크 고다르의 원리』(2016) 외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서영란
덴마크에서 다생물종 기후 운동에 참여하며, 기후 운동가-예술가-학자 등의 탈중심적인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관찰하고 있다. 기후 담론과 선조적 전통을 엮는 매일의 태도, 프랙티스, 리추얼을 만든다. 서울의 마을굿 동네를 돌아보며 「끝나지 않는 이야기」 (2012)와 「나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2012)를 만들었다. 극장 도입 이전의 한국 전통 무용을 찾아보며 「지신은 불완전하게 올라온다」 (2013)를, 전통의 탈식민화에 관심을 둔 일본, 스리랑카 안무가와 「플로팅 보틀
프로젝트」(2017~2019)를 진행했다. 가부장적 영웅 신화의 폐허 위에 식물적인 몸과 몸들 사이의 전염으로 신화 쓰기를 상상한 「버자이너의 죽음: 신화 짓기」(2022), 부식하는 선조적 전통을 기억하는 「We/Re Confess Our Faith」 (2023)를 만들고 있다.

서현석
영상, 퍼포먼스, 글쓰기를 통해 공간과 감각에 관한 탐구를 진행한다. 장소 기반의 퍼포먼스와 전시를 통해 ‘작품’ 및 체험의 경계를 질문하는 형식을 실험하는 한편, 아시아에서의 국가 형성과 모더니즘 건축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품들을 만든다. 『미래 예술』 (2016)과 『Horror to the Extreme: Changing Boundaries in Asian Cinema』 (2009)를 공동으로 썼고, 비정기 간행물 『옵.신』을 만들고 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화를 가르친다.

성용희
페스티벌 봄 사무국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여러 다원예술 작업을 해 왔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면서 다원예술 등을 기획하고 있다.

아너 테레사 더케이르스마커르(Anne Teresa De Keersmaeker)
브뤼셀의 무드라 무용학교와 뉴욕대학교의 티시 예술대학에서 무용을 공부한 후, 1982년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1983년 「로사스 단스트 로사스」를 발표하며 로사스 무용단을 창단했다. 1992년부터 2007년까지 브뤼셀의 오페라하우스 라 모네 소속 안무가로서 전 세계를 순회하며 다수의 작품을 창작했다. 1995년에는 로사스와 라 모네가 공동으로 P.A.R.T.S. 무용학교를 설립했다. 그녀의 작품은 음악과 무용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세련된 구조와 강렬한 연극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화한다. 중세 후반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작곡 작업을 해 왔으며 재즈, 전통 인도 음악, 팝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최근에는 아르스 숩틸리오르 음악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되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꾼(อภิชาติพงศ์ วีระเศรษฐกุล, Apichatpong Weerasethakul)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열대병」,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엉클 분미」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징후와 세기」 「메모리아」 등 장편영화를 발표해 왔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한국의 영화제에서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소개되어 왔다. 한편 나부아 지역의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인물을 교차시킨 멀티채널 비디오 설치 프로젝트 「프리미티브」를 영국 FACT, 밀라노의 행거 비코카, 뉴뮤지엄 등에서 발표하면서 미술계에서도 동시대의 주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불가시성」,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을 치료했던 구 국군 광주병원의 건축적 구조와 내부 시설을 살린 설치 작품 「별자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야마구치 마키코(山口牧子, Yamaguchi Akiko)
1990년대부터 독일 문화원, 일본국제교류기금 등에서 근무하며 동시대 공연예술의 국제 교류와 관련된 기획, 국제 네트워크 구축, 교류 프로그램 등을 담당해 왔다. 2015년부터 오카다 도시키의 독일 공립극장 프로덕션에서 드라마투르크로 활동했다. 2022년 독립해 바젤 국제 연극제 등 국제 페스티벌의 공동 큐레이션과 프로젝트 자문 등을 맡고 있다.

엘 콘데 데 토레필(El Conde de Torrefiel)
타냐 베옐레르(Tanya Beyeler), 파블로 기스베르(Pablo Gisbert)가 이끄는 바르셀로나 기반의 단체로, 2010년 등장 이래 날카로운 관점과 재치 있는 표현력으로 유럽 공연계를 뒤흔들고 있다. 연극, 무용, 문학, 시각예술 등을 넘나들며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초창기 작품들은 스페인 내 주요 도시의 현대 연극 축제에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관람 후 대화를 위한 장면들」을 통해 호평을 받으며 국경을 넘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라틴아메리카를 시작으로 여러 유럽 페스티벌을 거쳐 2020년부터는 아시아에서 투어를 이어 가고 있다.

옌스 로젤트(Jens Roselt)
1968년 빌데스하우젠 출생. 1989년부터 1994년까지 기센대학교의 응용 연극학 연구 과정에 다녔고, 1998년 ‘연극의 아이러니’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연극 「트러플」을 초연해 극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0~2001년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상주 작가로 활동했다. 2008년부터 힐데스하임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카다 도시키(岡田利規, Okada Toshiki)
1973년 요코하마 출생. 게이오기주쿠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중 뛰어든 연극 동아리 활동이 인연이 되어 극작과 연출을 시작하게 되었다. 1997년에 무용수 데즈카 나츠코와 극단을 만들면서 ‘selfish’라는 영어 단어를 유아적으로 발음한 ‘체루핏추’(chelfitsch)라고 이름 붙였다. 언어와 움직임이 어긋나는 반복적 안무로 현 세대의 공허함을 비추는 작품 스타일을 구축했고, 2011년 후쿠시마 사태를 기점으로 허구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가능성으로 관심을 전환했다.

요우미(由宓, You Mi)
카셀대학교와 도쿠멘타 인스티투트의 미술과 경제학 교수로 미디어아트 분야를 가르치며 큐레이터로도 활동한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쾰른 미디어아트 아카데미의 미술 및 미디어 연구 부서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학문적 관심사는 신유물론 및 역사 유물론, 퍼포먼스 철학, 그리고 유라시아의 역사, 정치 이론 및 철학에 있으며, 고대와 미래의 기술과 네트워크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또한 실크로드의 네트워크를 재상상하며 여러 전시와 프로그램을 큐레이션했다. 13회 상하이비엔날레(2020~2021) 큐레이터 중 한 명이다.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
1949년 뉴욕 출생. 잭슨빌대학교, 조프리 발레단, 미국 발레학교 등에서 발레를 공부했다. 1974년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 무용수로 활동하다가 1976년 첫 안무작을 발표하면서 안무가로 주목받았고, 1984년부터 2004년까지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을 이끌면서 발레를 근원적이고 총체적으로 혁신하면서도 그 핵심적인 정체성을 견고히 재구축했다고 평가받았다. 임기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무용단 ‘포사이스 컴퍼니’를 조직해, 신체의 조형성에 대한 의지를 배제하고 움직임의 동기와 방법을 초기화하고 안무 개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공간과 물질로 사유 영역을 확장했다. 물질 세계와 추상적 사유를 융합하는 발상적 파격을 추진력으로 삼아 무용의 방법론적 확장을 위한 철학적 발상을 꾸준히 심화해 예술의 외연을 개념적으로 넓혀 왔다.

이경미
연극학자, 연극 평론가. 고려대학교와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현대 공연예술의 지형 변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국내 창작자들의 작업을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로 분석하면서 작업과 이론이 더 가깝게 상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경후
공연과 관련한 통역과 번역을 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 페스티벌 봄 등에서 일했다. 책 『a second chance: 눌변』과 『거의 모든 경우의 수: parlando』를 만들었다.

임고은
국내외 영화제와 전시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영상 작가. 영화를 둘러싼 시선의 주체와 객체,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구의 변증법적 관계의 유연함을 탐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야생을 회복하기 위한
시적인 언어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몰두하고 있다.

장크리스토프 브리앙숑(Jean-Christophe Brianchon)
저널리스트. 『프랑스 퀼튀르』, 『그라치아』, 『테아트르』 등에 기고한다.

정진새
극단 문의 극작가, 연출가. SF 연극과 어린이극‚ 생태적 공연예술에 관심을 둔다. 주요 작품으로 「액트리스원」(2019),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통합 사회탐구 영역」(2020),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 (2021),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2022),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2023) 등이 있다.

제롬 벨(Jérôme Bel)
1964년 프랑스 남부 출생. 프랑스 앙제 국립 안무센터에 진학한 후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여러 안무가를 거치며 무용수로 활동했다. 바르트, 들뢰즈와 가타리 등의 글을 토대로 무용에 대한 재고의 시간을 가진 다음, 1994년부터 무용의 본질을 질문하는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짜여진 동작을 전람하는 대신 춤을 추는 행위 자체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해 춤을 추는 근원적인 동기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안무가의 권능을 재고하는 태도를 탐구적이고 대화적인 연출론으로 발전시켰다. ‘농당스’로 설명되곤 하는 그의 작품들은 무대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존재감, 관객의 감각과 인식, 언어의 개입, 나아가 무대 밖의 제도적 장치에 이르는 무용의 다층적인 작동 방식을 창작의 재료이자 작품의 구성으로 삼는다.

조효진
문화 예술 및 영화 분야에서 통역과 번역을 하고 있다. 역서로 『닐스 안데르센의 영화 편집 수업』(2022)이 있다.

카린 할트(Karin Hald)
시각예술가, 작가. 말뫼 예술 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 기술, 신체, 정치, 공연, 시의 교차점에서 작업한다. 현재 코펜하겐의 포라게트 게스투스 큐레이터 겸 편집자다.

팀 에철스(Tim Etchells)
연극 언어와 형식에 파격적인 변혁을 시도해 온 영국 작가. 포스트 드라마틱 시어터의 선각자로 평가받는 실험 극단 ‘포스드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다.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계속 비롯되는 생과 존재에 관한 작업을 하며, 공연, 영상, 음악, 문학 등을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과 관점을 펼치고 있다.

프리 레이선(Frie Leysen)
1950년 벨기에 하셀트 출생. 1980년 안트베르펀에 싱헐 센터를 설립하고 1991년까지 감독을 맡았다. 싱헐 센터는 음악, 무용, 연극,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국제적인 예술 센터로 성장했다. 1994년에는 브뤼셀에 쿤스텐페스티발데자르를 설립하고 10년 동안 이끌며 벨기에와 국제 예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페스티벌로 성장시켰다. 이후 활동 영역을 유럽과 그 너머로 확장해 2007년 아랍 9개 도시에서 다원예술 페스티벌 미팅 포인트, 2008~2010년 독일 세계 연극제, 2010~2012년 베를린 페스티벌 예술 감독으로 활동했다. 2013~ 2014년 빈 페스티벌 예술 감독을 역임했으며, 2015년 베이루트에서 열린 홈워크 7의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20년 사망하였다.

플로리안 말자허(Florian Malzacher)
큐레이터, 작가, 드라마투르크.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임펄스 극장 페스티벌 예술 감독을
역임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루르트리엔날레의 큐레이터 자문 위원으로 일했다. 2021년부터 강연과 대담 시리즈 『집회의 예술』을 진행한다.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연극 미학을 다루는 독일의 단행본 시리즈 『포스트드라마틱 시어터 인 포트레이트』(알렉산더)의 공동 편집자이다. 『보드게임: 오늘날의 정치 극장』(2020)을 썼다.

한스티스 레만(Hans-Thies Lehmann)
1944년생 연극학자, 비평가. 1981년부터 1987년까지 기센 대학교에 근무하면서 응용연극학 연구 과정을 설립했고, 1988년부터 2010년까지 요한 볼프강 괴테 프랑크푸르트암마인 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네덜란드, 프랑스, 리투아니아, 폴란드,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브레히트와 뮐러 연구로 알려져 있으며 『포스트드라마 시어터』(1999)를 썼다. 2022년 사망하였다.

허명진
무용 전문지 『몸』 기자를 거쳐 2003년 무용예술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공연 예술지 『판』 편집 위원, 국립현대무용단 교육/리서치 연구원을 거치면서 무용의 접점을 다변화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헬리 미나르티(Helly Minarti)
영국 런던의 로햄프턴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를 마친 후 자카르타로 돌아와 자카르타 예술위원회의 프로그래밍팀을 이끌고 있다. 리서처, 작가, 큐레이터, 프로듀서 등을 넘나들며 활동한다.

호추니엔(何子彥, Ho Tzu Nyen)
싱가포르 태생의 영화감독, 시각 예술가. 영상, 글쓰기, 연극을 아우르는 실천을 보여 주고 있다. 그의 작업은 과거 및 현재를 구성하는 담론적 탐색으로서의 이야기들을 드러내는 신화의 힘과 구조를 파고든다. 공연 작품들은 광주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예술극장, 빈 페스티벌, 독일 세계 연극제, 쿤스텐 페스티발 데자르 등에서 선보여졌고, 영화 작품들은 칸영화제,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다. 최근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모리 미술관, 밍 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