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연은 브레인 팩토리에서 열린 지난 개인전[fragments: 12th avenue, 2006]에서 뉴욕에 거주했던 레지던시 스튜디오에 남겨진 흔적들을 모티프로 하는 작업을 보여 주었다. 특정한 장소에 사람들이 남겨 놓은 ‘흔적’과 그것을 바라보는 객관적 방식으로서의 ‘기록’에 대한 관심은 권자연의 작업을 이루는 주요한 축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잠자는 인형’(Sleeping Dolls) 연작 역시 그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녀의 작업에서 늘상 발견되던 흔적들이 주로 스쳐 지나가는 익명적 존재들과의 만남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작업의 모티프가 된 흔적들의 주체가 작가의 딸들이라는 점이다. 공공 장소를 주된 영역으로 다뤘던 과거 작품과 다르게 집안이라는 사적 공간을 대상으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작업들은 작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 곳곳에 인형을 잠재워 놓은 아이들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시작되었다. 인형에게 곱게 이불을 덮어 준 모습이나 여기저기 서툰 글씨로 써놓은 글들을 보면서 그녀는 모성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작가로서 아이들이 구축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그 세계는 작가의 생각과 달리 귀엽고 예쁘지만은 않았다. 그것은 어떤 섬뜩함을 내포한 세계였다.(이은주, 80쪽)
표지 이미지
권자연, 「Sleeping Dolls」, 2008.
도판
Sleeping Dolls / 이은주
작가 약력
저자 소개
권자연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공부했다. 2000년 대안공간 루프, 2002년 한전플라자, 2006년 브레인 팩토리, 2008년 갤러리 진선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