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상승을 꿈꾸는 도시 ‘서울’을 주제로 한 전시회 『xyZ City』와 함께 발간된 책. 탐구심 어린 카메라로 1970년대부터의 서울을 신랄하게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 얽매인 실존과 욕망, 그리고 희생의 착종을 풀어낸다.
발췌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점점 더 도시를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도시가 나빠서도 아니고, 도시에 살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도시의 공기가 나빠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차와 관광객이 잔뜩 몰려 복작대는 울릉도 도동항의 공기가 종로 한복판의 공기보다 나쁘면 나빴지 결코 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도시가 우리에게 가하는 밀도였다. 그것은 단지 차가 많다거나 빌딩이 너무 많다는 식의 표면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도대체 이놈의 도시는 매일같이 엄청난 정보를 쏟아내서 좋건 싫건 우리에게 퍼부어주고 있었다. (…) 문제는 도시에서 밀도가 늘어나는 속도다. 그리고 나아가 증가의 가속도이다. 사람의 감각으로 속도는 처리할 수 있다. 빠르면 빠른 대로 따라 뛰거나 뒤쳐져서 포기하거나 하면 된다. 그런데 가속도는 사람의 감각으로 어쩔 수 없다. 속도에 속도가 붙은 것이 가속도이기 때문이다. 가속도를 한 번 미분하면 속도가 되는데, 그것은 추상적인 수학의 세계에서 그렇고, 사람은 감각으로 미분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도시의 정보는 증가하는 가속도로 다가오므로 처치 곤란이다. 그게 참을 수 없는 거다. (…) 그래서 사진가들이 나선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이 도시를 샅샅이 사진으로 기록해서 실존과 욕망의 착종을 풀어내는 살풀이를 하자고 말이다. (186~188쪽)
전민조
차주용
안세권
최원준
화덕헌
이득영
이장섭
이강우
백승철
유병욱
박해천
xyZ City / 이영준
도시의 텍스트들(Texts on City) / 서동진
참여자 소개
이영준
기계비평가. 인간보다 기계를 더 사랑하는 그는 정교하고 육중한 기계들을 보러 다니는 것이 인생의 낙이자 업이다. 일상생활 주변에 있는 재봉틀에서부터 첨단 제트엔진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구조와 재료로 돼 있으면서 뭔가 작동하는 물건에는 다 관심이 많다. 원래 사진비평가였던 그는 기계에 대한 자신의 호기심을 스스로 설명해보고자 기계비평을 업으로 삼게 됐다. 그 결과물로 『기계비평: 한 인문학자의 기계문명 산책』(현실문화연구, 2006), 『페가서스 10000마일』(워크룸프레스, 2012) 같은 저서를 썼다. 또한 사진 비평에 대한 책(『비평의 눈초리: 사진에 대한 20가지 생각』, 눈빛, 2008)과 이미지비평에 대한 책(『이미지비평의 광명세상』, 눈빛, 2012)도 썼다. 기계비평은 즐겨 하는 업이긴 하지만 돈을 벌어주진 못하므로, 생계를 위해 계원예술대학교 아트앤플레이군의 교수로 있다. 슬하에 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