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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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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 257밀리미터 / 144쪽 / 무선 소프트커버 / 2025년 9월 4일 / ISBN 979-11-94232-18-6 03810
  • 박새롬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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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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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현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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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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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격: ₩16,000.현재 가격: ₩14,400.

“가자, 소리를 내는 빛”

메아리조각(ECHOES IN PIECES)은 한국어로 시를 쓰는 여섯 명의 시인(김리윤, 김선오, 김소연, 이제니, 임솔아, 하미나)으로 구성된 텍스트-사운드 퍼포먼스 팀이다. 『그 밖에』는 종이 너머에서 시의 생동을 회복하려는 메아리조각의 시도가 담긴 첫 책이다. 퀼트 시를 포함한 시 13편과 메아리조각을 나타내는 단어로 구성한 산문 1편을 수록했다. 이 책은 베를린에서의, 한국어를 모어로 사용하지 않는 이방에서의 시 낭독 퍼포먼스를 예비한다.

조각들

책을 여는 첫 번째 시 「그 밖에」는 여섯 시인의 시 조각들을 쪽모이해 지었다. 시인마다 구별된 폰트로 시구를 조판한 이 시는 ‘한 편’의 시라는 단일성의 틀 안에 존재하기를 기꺼이 거절하는 듯하다. “메아리조각은 메아리를 발명하려는 시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한다. 구성원들 간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혀 조화를 지향하려는 시도는 개입되지 않는다.”는 팀의 지향점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그러나 이 비(非)조화는, 부조화가 아니다. 조각들의 부딪침은 보이지 않는 메아리를 지면에 발생시킨다. 이 저변의 울림은 조화의 박음질로 작용해 나간다.

퀼트 시를 지나면 여섯 명의 시인이 각자의 ‘그 밖에’를 통로 삼아 집필한 열두 편의 시가 이어진다. 쓰인 후에 낭독이 결정되는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이국에서 시인의 몸을 통해 잠시 소리로 존재하게 될 운명이 결정지어진 채 쓰인 이 시편들을 활자로 미리 구출한 ‘그 밖에’의 조각 채록집이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이들의 시가 ‘시’라는 영지에 접합되어 이미 존재해 왔음을,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포옹하고 있는 ‘한편’의 작품임을 체험하게 된다.

시가 수록된 지면은 퍼포먼스에서 텍스트 스코어로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청중의 최소한의 이해를 돕고자 영문 번역본을 함께 실었다.

메아리들

「그 밖에–베를린–메아리조각–몸–시–소리」는 메아리조각 팀원이 각자 맡은 단어를 쥐고 집필한 긴말을 한 줄기로 엮은 한 편의 산문이다. 임솔아는 ‘그 밖에’에 대한 사적 정의를 발견하고 퍼포먼스를 통한 회복 수기를 들려준다. 하미나는 퍼포먼스 장소로 예정한 ‘베를린’이 가진 언어의 상징성을 서술한다. 팀의 의도를 정의하며 시작되는 김소연의 글은 ‘메아리조각’이 구성원을 모으는 이름인 동시에 시의 또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김리윤은 ‘몸’을 말뚝 삼아 시적 행위의 비가시적 동선을 지시하고, 김선오는 다듬어진 언어를 다시 비언어로 돌려주는 방식을 제안하며 ‘시’의 회복 가능성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제니는 여섯 시인 각자의 ‘소리’가 깊은 메아리가 되고, 이 메아리들이 다른 존재에게까지 가닿을 수 있음을 그려 낸다.

“우리는 서로를 흔들어 깨워 / 바깥으로 나간다”

이 책의 문장들은 서로를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명하고 메아리를 만들어 낸다. 부록으로 수록한 김뉘연의 「들림」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림은 들림을 기다린다.”는 문장과 함께, 이 글은 “쓰기”로 멈춘 활자를 불러내어 드러나는 “음성 사이 공간”을 감각하며 흐른다. 메아리조각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으나, 독서 과정에서 앞선 시와 산문의 문장 조각들을 떠올리게 하며, 문자와 행위 사이의 점선을 읽어 내는 지표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쓰기–읽기–듣기”의 의미를 “쓰기–읽기–듣기–쓰기”로, ‘그 밖에’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의 감각 확장을 예감한다.

『그 밖에』는 하나의 반향실로 기능한다. 책을 초과한 감각이 독자에게 흘러든다. 각자의 밀실에서 또 다른 조각이, 부딪침이, 공명이, 울림이 일어나는 순간, 독자는 이 책이 자신의 ‘메아리조각’까지 포괄한 한 권의 펼침화음임을 알게 될 것이다.


발췌

형태가 가진 진동, 너무 어둡지 않냐고, 여기 작은 불이 있다고, 작지만 여길 모두 태울 수 있는 불이라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있다. 내리는 눈이 이 빼곡한 어둠도 흰무늬의 일부로 만들 거라고, 그냥 따르면 된다고, 이 움직임을, 우리라는 이물질을, 이물질들의 작고 작고 작은 흔들림을, 떨림이 교차하며 서로를 헝크는 소리를, 그냥 들으면 된다고.
(김리윤, 「전망들—맞댄 수평선·맞댄 숨」, 25쪽)

도서관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가 너무 느리게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 책은 오랫동안
너무 오랫동안

펼쳐져 있어 오래된 햇볕이 글자
를 지우러 온다.

(···)

도서관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이 책장을 넘긴다.

그가 너무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바람에
책은

사라진다.

그는 눈을 감는다.
그는 눈을 감는다.
그는 눈을 감는다.
(김선오, 「만지며 긋는」, 41쪽)

끊어진 소리는 남겨진 문장으로 알아볼 수 있다
사라진 이야기는 사라진 적이 없었다

⠨⠍⠭⠀ ⠫⠦⠵⠀ ⠠⠕⠊⠮
⠣⠒⠉⠻ ⠨⠂⠫
⠈⠪⠊⠿⠣⠒⠀ ⠈⠥⠑⠣⠏⠌⠊
(김소연, 「기록적인 폭염」, 55쪽)

쓰기

나의 어머니. 나의 장소. 나의 나라. 나의 낱말.
나의 구어체에 각인되어 있는. 당신의 말투로부터 온 모든 것.
당신의 억양과 발음과 장음과 단음과 외로움과 그리움의 기원에 대해.

쓰기

나를 제외하고 다시 쓰기
(이제니, 「되기-그 밖의 모든 것」, 79쪽)

오늘 아침 모처럼 하늘이 개어 있고
악을 쓰는 소리가 벽을 건너온다. (···) 이 건물이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엄마는 말한다. 악을 쓰는 소리만 건너와서. 머리 감는 소리 이불 뒤척이는 소리 심장 소리 들리지 않아서.
(임솔아, 「많은 환자들이 야생동물을 먹는다」, 93쪽)

봤어요?

뭘?

여자 얼굴이요

잡생각이야 잊어

하지만 그것은 쉬이 넘길 심상이 아니다 나는 다시 내려간다 다시 내려가는 길은 피와 생살 내장의 길이다 나는 또 무섭다 너무 무서워서 그만 내려가겠다고 말한다 파시아르는 멈추지 않는다 너가 이걸 원했잖아? 트드득 꿈틀대는 시뻘건 조직들을 보니 공포에 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다 공포! 공포! 공포! 우리는 잠시 쉬기로 한다 내가 한참 만에 자리에 눕는다 파시아르는 눕는 듯하며 뒤척이더니
(하미나,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은 선물」, 109쪽)

풀린 말이 들리며 생겨난 음성 사이 공간의 비선형적인 시간은 ‘쓰기–읽기–듣기’를 ‘쓰기–읽기–듣기–쓰기’로 순환시킨다. 움직임이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내가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김뉘연, 「들림—음성 사이 공간의 시간」, 141쪽)

에코 I

그 밖에

김리윤
전망들—맞댄 수평선·맞댄 숨
전망들—숨과 올

김선오
다 카포
만지며 긋는

김소연
기록적인 폭염
동시에

이제니
되기-노래하는 그릇 소리
되기-그 밖의 모든 것

임솔아
많은 환자들이 야생동물을 먹는다
건너편

하미나
그녀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은 선물


에코 II

그 밖에–베를린–메아리조각–몸–시–소리

김뉘연
들림—음성 사이 공간의 시간

참여자들

메아리조각
메아리조각(ECHOES IN PIECES)은 한국어로 시를 쓰는 여섯 명의 시인(김리윤, 김선오, 김소연, 이제니, 임솔아, 하미나)으로 구성된 텍스트-사운드 퍼포먼스 팀이다.

김리윤 KIM LIYOUN
시인. 베를린에 거주하며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산문집 『부드러운 재료』 등을 썼다. 제13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몸과 풍경이 서로를 착각하며 지나간 자리에서 잠시 형상을 갖는 소리를 듣고 있다.

김선오 KIM SONO
시인. 베를린에 거주하며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시집 『나이트 사커』 『세트장』 『싱코페이션』,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 『시차 노트』 등을 썼다. 들으며 뒤덮이고 있다.

김소연 KIM SO YEON
시인. 인천에서 거주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 『촉진하는 밤』과 『마음사전』을 비롯한 다수의 산문집을 썼다. 제10회 노작문학상, 제57회 현대문학상, 제12회 이육사시문학상, 제21회 현대시작품상, 2024년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고요한 물속에서 듣는 내 숨소리를 자주 그리워한다.

이제니 LEE JENNY
시인. 거제도에 거주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 산문집 『새벽과 음악』 등을 썼다. 제21회 편운문학상 우수상, 제2회 김현문학패, 제67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들리지 않기에 이 세계에 없는 소리가 되어 버린 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임솔아 LIM SOLAH
시인, 소설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편소설 『짐승처럼』, 장편소설 『최선의 삶』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산문집 『다시, 뒷면에게』 등을 썼다. 제35회 신동엽문학상, 제10회 문지문학상, 제13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강아지가 내 품속에 들어오면서 내쉬는 한숨 소리를 좋아한다.

하미나 HA MINA
시인, 논픽션 작가.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아무튼, 잠수』와 다수의 공저를 썼다. 이른 아침 홀로 차를 마시며 차호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번역
김지선 JENNY JISUN KIM
뉴욕에서 번역과 시각예술 작업을 한다. 언어와 회화의 추상성에 관심이 있으며 시집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최재원 지음)와 『투명도 혼합 공간』(김리윤 지음)을 번역하고 있다.

윤지수 JISOO HOPE YOON
소설, 연극,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서사를 쓰고 번역한다. 비교문학을 공부하며 불완전하고 매끄럽지 못한 번역에 관심이 생겼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 뉴욕 극단 소호 렙(Soho Rep)에서 극작가 펠로로 활동하면서 게임 시나리오작가로 근무 중이다.

이유나 EUNICE LEE
한영 번역가이자 영미 문학 연구자이다. 『싱코페이션』(김선오 지음)을 번역했고, 김명순 시 전집을 번역하고 있다. 보스턴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하버드 대학교 영문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하인혜 INHYE HA
인천에 거주하는 학계 노동자. 18세기 영문학과 문화, 비평 이론을 공부했다.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와 주체성, 비인간 동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치중하여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 『i에게』(김소연 지음)를 번역하고 있고, 수록작 일부 번역본이 2025년 4월 『애심토트』(Asymptote)에 게재되었다. 영한 번역서로 『남성 특권: 여성혐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와 『클라라 슈만 평전』(공역)이 있다.


김뉘연 KIM NUIYEON
시인, 편집자. 워크룸 프레스와 작업실유령에서 일한다. 시집 『모눈 지우개』 『문서 없는 제목』 『제3작품집』 『이것을 아주 분명하게』, 소설 『부분』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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