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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끝으로의 여행

VOYAGE AU BOUT DE LA NUIT

  • 루이페르디낭 셀린 지음
  • ,
  • 김예령 옮김
135 × 210밀리미터 / 740쪽 / 사철 하드커버 / 2026년 5월 27일 발행 / ISBN 979-11-94232-39-1 03860
  • 김뉘연
  • ,
  • 신선영 편집
  • ,
  • 유현선 디자인

원래 가격: ₩29,000.현재 가격: ₩26,100.

“이 세상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안 그런가, 거기서 나가는 것 아닌가? 미쳐서든 아니든, 무서워서든 아니든.”(99쪽)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 셀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을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인 김예령의 번역과 해설로 새롭게 읽는다.

1932년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르노도상을 수상했던 『밤 끝으로의 여행』은 그동안 약 37개국 언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문학 목록에 오르게 된 고전이자 셀린의 대표작으로, 작가 셀린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펼쳐지게 되는 모티프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바탕을 둔 소설에는 젊은 시절 세계 대전에 참전했고 보건 진료소에서 의사로 일했던 루이페르디낭 데투슈(셀린의 본명)의 삶이 여러 모습으로 변주되어 편재해 있으면서, ‘밤’으로 표상되는 작가의 절망적인 세계관이 그만큼 직설적으로 설파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한편 이 모습들은 작가적 관점에서 섬망과 착란을 통과하며 적극적으로 왜곡되면서 현실의 빈틈으로 접혀 간다. 작가가 작품을 스스로 소개한 표현대로 “세상과 인간, 밤과 사랑을 통과하는 700페이지짜리 여행”은 추격되고 파멸하는 사랑의 얼개 속에 고통, 비참, 범죄, 패배 등의 다면을 착란 속 “들뜬 헛소리”로 드러내며 밤의 끝을 향해 간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날것의 적나라한 표면, 하층민의 속어 투로 대변되는 구어체의 역동성과 청각적 수행성, 구전되는 노랫가락과 같은 음악적 활력 등을 세심히 줄타기하며 흘러간다. 유려하고 균형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나 바깥에서 낯선 리듬으로 웅성대는 말들은 밖으로 뻗대며 울퉁불퉁하게 전개되는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정교하게 뒤틀려 직조된 상태다. 이러한 생경한 음악적 문체가 강력한 이야기에 붙들려 “문학적이고 정동적인 교향곡”이자 “오페라”를 작곡해 간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에는 셀린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자료와 해설이 실려 있다. 본문에 앞서 책의 문을 여는 김예령의 글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는 작가 셀린을 미학적, 역사적 측면에서 고루 조명하면서 셀린의 초기, 중기, 만년에 걸친 다섯 작품까지 세밀히 소개한다. 책 말미에 첫 번째 자료로 실린 편지는 셀린이 『밤 끝으로의 여행』을 출판사에 송고하며 보낸 젊은 시절의 것으로, 자신의 데뷔작을 “소설로 꾸며 낸 한 편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지루함이 특징인 여느 소설과 제 작품을 패기 있게 구분한다. 두 번째 자료는 전쟁 후에 『밤 끝으로의 여행』 재출간을 염두에 두고 썼던 서문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문체가 “난리법석의 춤”과 같이 펼쳐진다. ‘구덩이 앞의 이 말’이라는 제목을 단 김예령의 장대한 「해설」은 『밤 끝으로의 여행』을 둘러싼 그간의 분석적이고 비평적인 관점들을 두루 경유하며 이 기나긴 항해를 “구덩이 직전에 다다라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않”은 “실패한 자살”로, 그렇게 우글거림으로 남겨진 말로 읽어 간다. 뒤이은 상세한 「작품 목록」과 「작가 연보」는 이 책이 셀린의 작품집이자 충실한 자료집이 되도록 돕는다.

섬망과 착란의 오디세이

“그건 그렇게 시작됐다.”(29쪽)

‘여행’을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첫 문장의 뒤를 이어 펼쳐지는 무대는 1차 대전 속 유럽의 전장, 아프리카 열대지방 오지 속 식민지, 미국, 그리고 전후의 불황과 침체 속 파리 근교 및 지방 도시의 모습을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그려 간다. 화자인 바르다뮈의 긴 여정 가운데 그의 친구 로뱅송이 비극으로 함께하는 이 항해를 두고 “떠돌이가 제 여정에서 보고 건진 깨달음의 전말을 읊은 현대판 오디세이”(김예령)라 말해 본다면, 이 오디세이는 착란의 헛소리 위에서 표류한다. 『밤 끝으로의 여행』 출간 이듬해에 이뤄진 인터뷰에서 셀린은 “문학에 단 하나의 구실이 있다면, 우리의 착란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예령은 이 착란이, 의사 데투슈이기도 했던 작가 셀린에게 있어 “인간의 고질적이며 대표적인 병증이고 숙명”이면서 “‘창의력’의 동의어로서 문학의 이유와 목적, 방법론의 자격을 두루 구성하는 소중한 개념”이 된다고 읽는다. ‘민중’의 주체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명이라는 병에 시달리는 노예근성의 군중상”이 펼쳐 가는 “열에 들뜬 긴 밤의 이야기”, 그건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니 “표면과 이면이 뒤집히며 (…) 드러나는 창자들의 세상”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거대한 비극을 파고드는 비틀린 어법, 웃음, 시정(詩情) 등 여러 작은 요소들이 흩뿌려지고 발산되며 『밤 끝으로의 여행』의 문양을 이루어 간다. 이 말들은 특정한 논리나 정당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형을 벗어나고 흐려 간다. 그러한 움직임의 상태를 저들의 여행으로 삼아.

프랑스에서는 2021년 셀린의 미발표 초벌 원고 5,300여 장이 새롭게 발견돼, 2023년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에서 이 새 원고를 포함해 수록작을 재정리한 셀린 작품집 개정 증보판 네 권이 출간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자료 발굴과 더불어 다시금 조명되기 시작한 역사 속 논란의 작가 셀린을 비평적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읽기 좋은 때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에서의 비평적 견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밤 끝으로의 여행』은 “문학적이지 않았던 어떤 것을 문학적인 것으로 만들려”(알베르 티보데) 애쓰면서 드문 성공을 거뒀다. 살아남은 말의 얼룩은 “일궈 나가야 할 장르”로 건재하다.

“하긴, 아름다움에서만큼이나 추함 속에서도 예술이 가능하지 말란 법이 있나? 그건 일궈 나가야 할 장르고, 그뿐이다.”(123쪽)


발췌

나는 기병 하사의 또 다른 욕지거리 속에 다시 깨어났다. 전쟁은 그대로 속에 얹혀 있었다. (48쪽)

모든 걸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이야기해야 할 거다, 우리가 본, 인간에게서 가장 악독한 점이 과연 뭔지를. 그런 후에야 씹는담배를 내려놓고 무덤 구덩이로 내려가야 한다고. 온 생애를 통틀어 해야 할 일은 그거 하나로 족하다. (52쪽)

우린 밤의 도처에서 끄집어냈다, 근사한 평화 시대, 이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만, 모든 것이 온화했던, 실상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결과로 귀착되지 않는 대신 숱하게 많은 다른 일이 실행되고, 그럼으로써 그것들 모두가 놀랍게도 기적처럼 유쾌하게 변모하던 그때 그 시절과 제법 닮은 시간의 조각을. 그 평화롭던 시절이라니, 살아 있는 벨벳 같은…. (64쪽)

우리 속엔 이제 생명을 춤추게 할 음악이 많지 않다, 그렇다. 이미 청춘 전체가, 진실의 침묵 속에 세계의 끝으로 죽으러 가 버렸는걸. 그러면 바깥 어디로 가나, 난 당신에게 그걸 묻는다. 자기 안에 충분한 양의 헛소리가 더 이상 없는 그 순간부턴, 어디로? 진실, 그건 끝나지 않는 단말마를 말한다. 이 세상의 진실은 죽음이다. 죽을지, 거짓말을 할지, 선택을 해야 되는데. 결코 나 자신을 죽게 할 수 없었다, 난. (285쪽)

“선생님, 제가 하늘에 대고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딸을 갖게 됐을까요! 아, 적어도 동네 사람들에겐 아무 얘기 안 하실 거죠, 선생님…! 선생님을 믿어요!” 그녀는 끊임없이 제 두려움을 뒤척였고, 이웃 남녀가 이 일을 대체 어떻게들 생각할까, 그 걱정에 부글거렸다. 불안한 짐승의 혼란 지경, 이 어미의 상태. 그런 건 오래간다.
그녀는 내가 복도의 어둑함, 수프를 만들려고 끓인 파 냄새, 벽지, 그 벽지의 바보 같은 당초무늬, 자신의 숨 막힌 듯한 목소리에 적응하도록 두었다. 마침내, 횡설수설에서 감정 섞인 탄식으로 넘어가며 우린 그 딸, 까라져 엎딘 환자의 침대에 이르렀다. 진찰하려 해도 피가 어찌나 많이 쏟아지던지, 곤죽이 된 그녀의 질에선 아무것도 안 보였다. 엉긴 핏덩이들.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선 전쟁 때 대령의 잘린 목에서 그랬듯 “꾸룩꾸룩” 소리가 났다. 그냥 커다란 솜을 다시 대고 도로 이불을 덮어 줄 수밖에. (364쪽)

밤은 제집에 깃들어 있었다. (442쪽)

“이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줄줄이 펼쳐지는 게… 대갈통 속에 극장이 하나 있다고 해도 되겠어….” 장차 네가 그 작은 극장 때문에 지쳐 떨어질 날이 오리란 말을 로뱅송에게 할 엄두가 아직은 안 났다. 모든 생각은 죽음을 향해 가므로, 어느 순간에 이르면 넌 네 극장 안에 너와 함께 있는 그것만을 보게 되겠지. (453~454쪽)

무(無)는 늘 그녀 가까이, 심지어 벌써 약간은 그녀 자신 위에 놓여 있었다. (481쪽)

집 속의 그 어떤 것도 좋지 않다. 문이 한 사람을 가두면 그는 이내 냄새를 피우기 시작하며, 그가 끌고 다니는 것 역시 죄다 냄새를 풍긴다. 그는 그 자리에서 퇴색한다, 영혼과 몸 모두 다. 그는 썩는다. 사람들이 악취를 풍긴다고, 그건 우리의 자업자득이다. 일찌감치 우리가 처리했어야지! 그들을 끄집어내고, 몰아내고, 내놓았어야 했다고. 썩은 내를 풍기는 거시기한 것들은 죄다 방 안에 있고, 거기서 공들여 스스로를 꾸미나 어쨌든 냄새는 진동한다. (493쪽)

비참이 그 안에 있었다. 의상, 스팽글 장식, 조명, 미소, 다 안 통한다, 비참이 깜빡 속게, 제 먹잇감들에 대해 착각하게 하고 싶나,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숨은 자릴 다시 찾아낸다. 비참은 그들이 제 차례를 기다리는 가운데 온갖 어리석은 희망의 노래나 부르도록 만들며 희희낙락한다. 그러는 게 그걸, 비참을, 깨우고, 어르고, 자극한다.
이렇듯 우리의 고통은, 크디큰 그것은, 오락일 뿐이다.
그러니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자여, 안됐구나! 사랑, 그건 바로 비참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비참이야, 언제나 비참이야, 우리의 입을 통해 거짓말을 하러 오는 똥, 그저 그거다. 그 고약한 것이 도처에 있으니 그것, 자신의 비참을 깨워선 아니 되리, 행여 허세로라도. 비참 앞에서 허세는 금물이라고. (502쪽)

우린 가끔 삶이 동정심을 느끼는 걸, 우리가 두고 떠난 진부하고 소중하고 때로 두려운 존재 및 사물 들과 함께 그것이, 삶이, 우리 자신 안으로 주름지는 걸 목도하기도 한다. 우리가 쾌락이나 먹을 빵을 좇아 도시에서 종종걸음치는 동안, 마침내 끝을 낸다는 두려움은 이 모든 것에 제 주름들을 찍어 놓았다. (515쪽)

세월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로 재차 붙들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떤 이들이 한 말을, 그때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냐고 물을 수 있도록 그들 자신을…. 하지만 그들은 모두 떠나 버렸다…! 당시 우린 아직 배운 게 충분하지 않아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 그 이후로 혹시 그들의 견해가 바뀌진 않았는지, 그걸 알고 싶은데 물어볼 수 있다면…. 그러나 너무 늦었다… 다 끝났어…! 이제 그들에 대해선 아무도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밤 속으로, 전적으로 홀로 자신의 길을 계속 가야 할밖에. 진정한 길동무는 잃어버렸다. 그랬어야 할 바로 그때 우린 그들에게 좋은 질문, 진짜 질문을 던지지 못했어. 그들 곁에 있을 때 우린 알지 못했지. 실패한 인간. 우린 언제나 애초부터 늦는다. 이 모든 게 회한이다, 밥을 먹여 주지는 않는 회한. (520쪽)

듣는다, 기다린다, 희망한다, 여기서, 저기서, 기차에서,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휴게실에서, 수위실에서, 우리는 듣는다, 기다린다, 악의가 스스로를 다잡길, 전쟁 때처럼, 그러나 그건 그저 동요하기만 할 뿐, 아무 일도 닥치지 않는다, 저 가련한 아가씨들에 의해서도, 다른 이들에 의해서도, 결코. 아무도 우릴 도우러 오지 않는다. 거대한 지절거림이 생의 위편에 회색빛 단조로움으로, 어마어마하게 낙담시키는 한 자락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527쪽)

“(…) 페르디낭, 나는 내 영혼을 잃어버리도록, 그러기 위해 떠나 보고 싶다네. 사람들이 제 옴 붙은 개를, 썩은 내 진동하는 자신의 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자기 길동무를 내버리러 아주 멀리 가듯이, 죽기 전에 말일세…. 마침내 정말로 혼자서… 담담하게… 자기 자신인 채로….” (599~600쪽)

삶에서 우리는 올라가지 않는다, 내려간다. (631쪽)

우리 안엔 기껏해야 나날의 삶, 안락의 삶, 저만을 위한 삶, 이런 가혹함에 유용한 것들만 있을 뿐이다. 신뢰는 길을 가다 다 잃어버렸다. 우리에게 남은 연민은 더러운 알약인 양, 몸속 깊숙이 정성을 다해 쫓아내고 닦달했다 그것은. 똥과 함께 창자 끝으로 밀어냈지. 그건 그 자리에 잘 있다, 그렇게 우린 생각한다. (675쪽)

그들은 더는 충분히 즐길 수 없어서 여전히 훌쩍거리니, 죽어 가는 자들은… 요구하고… 항의한다. 그건 생에서 죽음 그 자체로 넘어가려 애쓰는 불행이 벌이는 희극이다. (676쪽)

멀리서, 예인선이 휘파람 신호를 보냈다. 그 부름이 다리를 통과해 갔다, 또 교호를, 다시 또 다른 교호를, 수문을, 또 다른 다리를, 멀리, 더 멀리… 그것이 강의 거룻배 모두를 제 쪽으로 부르고 있었다, 거룻배 전부를, 또 도시 전체를, 또 하늘과 들판을, 또 우리를, 제가 데려가는 모든 걸, 센강 역시도, 전부, 그러니 그에 관해 더는 말하지 않기를. (686쪽)


『밤 끝으로의 여행』은 셀린의 생일인 5월 27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합니다. 6월 중순 배송될 예정입니다.

차례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

밤 끝으로의 여행

부록
자료 1
자료 2
해설
작품 목록
작가 연보

지은이

루이페르디낭 셀린(Louis-Ferdinand Céline, 1894–1961)
훗날의 셀린, 루이페르디낭 데투슈는 1894년 5월 27일 쿠르브부아에서 태어났다. 부친 페르낭 데투슈는 르아브르 출신으로 보험회사 직원이었고, 모친 마르그리트 기유는 상인이었다. 그의 조부 오귀스트 데투슈는 교수 자격시험을 통과한 리세 뒤아브르의 선생이었다.
유년기는 파리의 파사주 슈아죌에서 보낸다. 스콰르 루부아와 아르장퇴유로(路)에 인접한 공립학교 및 튀일리가(街)의 생조제프 학교에 다녔고,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 독일과 영국에 잠시 머문다. 이후 파리와 니스의 여러 보석상에서 수습생으로 일한다. 1912년 입대해 랑부예에 주둔하는 기갑부대 제12연대에 배치받았으며, 1차 대전 초인 1914년 플랑드르 지방에서 부상을 입어 무공훈장과 함께 신체장애를 얻게 된다. 런던의 파리 영사관에서 남은 군 복무를 마친다. 런던 체류 후 1916년 카메룬의 옛 독일 식민지 지역에 교역 중개인으로 지원하나, 이질과 말라리아로 건강이 악화돼 1917년 프랑스로 돌아온다. 1919년 바칼로레아(대학 입학 자격 국가고시)를 치른다. 렌과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924년에 「필리프 이그나즈 제멜바이스의 생애와 저작」으로 의학박사 논문 심사를 통과한다. 1924년에서 1927년 사이 국제연맹에서 일하며 미국과 서아프리카 등지에 파견된다. 1927년 하반기에 클리시에 자리 잡고 1929년부터 클리시 시립 보건 진료소에서 의사로 근무한다. 그런 한편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쓴다.
1932년 외조모의 이름을 딴 셀린이라는 가명으로 『밤 끝으로의 여행』을 발표해 르노도상을 수상한다. 이 첫 소설로 일약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음은 물론, 국제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다.
1936년 두 번째 소설 『외상 죽음』이 나온다. 구소련을 방문한 후 첫 팸플릿 『메아 쿨파』를 발표하고, 1937년과 1938년에 강한 반유대주의적 시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팸플릿 『학살을 위한 바가텔』과 『시체들의 학교』를 낸다. 파리 근교의 생제르맹앙레에 정착할 즈음 2차 대전이 발발한다. 1939년 마르세유와 카사블랑카를 오가는 셸라호의 선상 의사 자격으로 승선하지만, 배는 이듬해 초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 정찰선과 충돌한다. 이 사고로 귀환하여 1940년 피난기에 사르트루빌의 보건 진료소에서, 이어 연말부터 브종의 시립 보건 진료소에서 일한다. 1941년에 마지막 팸플릿 『궁지』를, 1944년에 『기뇰 밴드』(1권)를 출판한다.
1944년에서 1951년 사이, 필화의 여파로 망명 길에 올라 독일과 덴마크에 체류하다 종전 후 체포, 투옥된다. 1948년 가석방 상태로 덴마크에 머무는 동안 파리에서 대독 협력 등의 죄목으로 궐석재판이 열린다. 극적인 체포 영장 철회에 힘입어 1951년 10월 프랑스로 돌아온 뒤 뫼동에 정착해 집필을 재개한다. 이 시기에 감옥에서 착수했던 『다음번을 위한 몽환극』을 마무리하고, 『Y 교수와의 인터뷰』를 내며, 독일 3부작 『성에서 성으로』, 『북쪽』, 『리고동』을 쓴다. 비시정부의 말로와 자신의 피난 여정을 재현한 이 만년의 연대기가 다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여전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복권의 길이 열린다.
1961년 7월 1일 사망한다.

옮긴이

김예령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강사. 파리7대학(현 파리 시테 대학교)에서 루이페르디낭 셀린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더 낫게는 그 너머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옮긴 책으로 『코르푸스』, 『이방인』,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 『전시』, 『강의 | 롤랑 바르트의 죽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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