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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NI / TRÄUME

  • 프란츠 카프카 지음
  • ,
  • 배수아 옮김
110 × 175밀리미터 / 200쪽 / 사철 하드커버 / 2014년 1월 31일 / 17,000원 / ISBN 978-89-94207-34-6 04800 / 978-89-94207-33-9 (세트)
  • 김뉘연 편집
  • ,
  • 김형진 디자인

원래 가격: ₩17,000.현재 가격: ₩15,300.

잠 없는 꿈 — “매일 밤 나는 투쟁한다”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오직 꿈을 꿀 뿐입니다. 잠 없는 꿈을.’
일기와 편지, 그리고 메모의 형태로 카프카는 그 공포심을 기록했다. 그런 기록들만을 원문에서 따로 떼어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으면, 비록 처음부터 꿈을 주제 삼아 작업한 글은 아니지만, 아주 매혹적인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책의 첫 번째 특징은 다양한 사건과 변화가 파도처럼 계속 밀려오면서 일렁이는 데다가 비록 종종 현실과 모순적인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카프카의 실제 주변 인물들 혹은 작중 인물들이 실제의 장소에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카프카는 꿈을 꾸고 난 다음 날 그 꿈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해 놓아서, 독자들은 마치 영화의 에피소드를 관람하듯 그 꿈들을 따라가면서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소규모 문헌 자료이기도 하다. 꿈에 관한 카프카의 모든 기록을 연도별로 정리했고 카프카 자신이 꿈과 꿈꾸기의 현상에 대해 언급한 주석들도 모았다.” (「이 책의 이탈리아어 초판에 대하여」 중에서, 본문 11쪽)

글을 쓰는 이들에게 언젠가 필히 내밀한 원형이 되고야 마는 작가, 카프카. 1990년, 이탈리아의 셀레리오 출판사에서, 편집인 가스파르 주디체가 카프카의 글 중 꿈의 내용을 기록한 대목과 카프카가 자신의 꿈꾸기를 설명한 부분들을 모은 한 권의 책을 펴냈다. 3년 후, 독일의 피셔 출판사에서, 편집인 미하엘 뮐러가 이 특별한 판본을 일부 다듬어 출간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카프카의 새로운 작품이 아니다. 그러나 카프카에 정통한 편집자가 카프카 작품의 정수를 ‘꿈’이라는 단어로 엮음으로써 글들은 재편성되었고, 그 결과물은 자연히 독자적 작품이 탄생한 셈이 됐다. “관련이 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정도로 카프카의 글은 꿈과 긴밀하다. 카프카의 신비하고 은밀한 창작의 비밀, 그 원천은 ‘꿈’에 있다. 책상과 소파 사이. 잠과 불면 사이. 몽롱함과 명징한 각성 사이. 카프카의 일기와 편지와 메모와 소설을 혼곤히 떠도는, 잠 없는 꿈들. 그는 꿈의 작가였다.

이 책은 카프카 작품을 관통하는 ‘꿈들’을 「잠, 깨어남 그리고 꿈에 관하여」, 「꿈과 백일몽」, 「예술이 된 꿈」 등 세 장(章)으로 나누어 편집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주해를 싣고 있다. 상당 분량의 주해는 카프카가 기록한 꿈들의 실제 정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해 꿈과 작품의 상관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카프카에 매료된 독자라면 반드시 접해야 할 카프카 문학의 핵심이자 카프카 연구자들이 참고해야 마땅한 소규모 문헌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에 카프카의 일기가 완역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발췌 수록된 카프카의 일기는 작가의 내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대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카프카의 모든 글들을 하나의 주제 아래 고루 실은 점에 있어, 이 책은 카프카 문학의 근사한 요약본이 된다.

예술이 된 꿈

그러나 카프카가 꿈을 재료 삼아 작품을 썼다고 해서 그가 꿈을 단순히 기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프카는 일생을 밤낮없이 꿈에 시달렸다. “비록 잠이 든다 해도 너무나 강력한 꿈에 사로잡힌 나머지 동시에 의식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에 카프카는 무섭도록 압박당했고, “절대 기세가 누그러지는 법이 없었”던 그 꿈들은 종내 카프카 작품 도처에 여러 형태로 떠돈다. 카프카는 주로 가수면 상태에서 꾸었던 꿈들, 그 환상 내지 몽상을 글로써 직조해나갔다. 이 꿈들은 분명 꿈은 꿈이되 철저히 리얼리즘적이다. 그리하여 이 꿈들은 자연히 꿈이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분명 일상 가운데서 일어날 만한 일들은 아니며, 여기에서 카프카의 신비가 비롯된다. 일상도 아니고 꿈도 아닌, 꿈과 일상 사이에 떠도는, 꿈과 일상 사이에서 빚어진 무엇.
이 책은 이에 매혹된 여러 편집자와 옮긴이의 산물이다.

“카프카는 지워지지 않는 꿈들을 소설에, 편지에, 일기에 기록했다. 그 기록을 발췌해 모은 이 책은, 꿈들에 홀린 자들이 잠 없는 밤 벌인 투쟁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하여」 중에서, 본문 9쪽)

‘꿈’에 관한 또 한 편의 단편소설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은 탁월한 번역 후기를 싣고자 한다. ‘제안들’ 1권 『꿈』의 경우, ‘꿈’에 관한 번역가의 단편소설을 책 말미에 함께 실었다. 번역가이기 이전에 이미 작가인 배수아의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가 그것으로, 독일의 환상 동화 장르 ‘메르헨’을 연상케 하는 이 신비한 소설 속에는 카프카의 꿈에서 비롯된 듯한 단어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 또한, 결국, 카프카의 ‘꿈들’이 낳은 또 다른 작품인 셈이다.


발췌

잠 없는 밤. 벌써 사흘째나 이어지는 중이다. 잠이 쉽게 들지만, 한 시간 후쯤, 마치 머리를 잘못된 구멍에 갖다 뉜 것처럼 잠이 깨버린다. (…) 이제부터 대략 새벽 5시까지, 밤새도록, 비록 잠이 든다 해도 너무나 강력한 꿈에 사로잡힌 나머지 동시에 의식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가 계속된다. 형식적으로야 내 육신과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그동안 꿈으로 나 자신을 쉴 새 없이 두들겨대야만 하는 것이다. 5시 무렵, 최후의 잠 한 조각까지도 모두 소진되어 버리고 나면, 그때부터는 오직 꿈을 꿀 뿐이다. 그것은 깨어 있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 나는 밤새도록, 건강한 사람이라면 잠들기 직전에 잠시 느끼는 그런 혼몽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꿈들이 내 주변에 모여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꿈들을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쓴다.
— 일기, 1911. 10. 2. (27쪽)

문학적으로 보자면 내 생은 지극히 단순하다. 꿈과 같은 내면의 삶을 묘사하는 일이 운명이자 의미이고, 나머지는 전부 주변적인 사건이 되었다. 삶은 무서울 정도로 위축되었고, 점점 더 계속해서 위축되어간다. 그 어떤 일에서도 이처럼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 일기, 1914. 8. 6. (29쪽)

매우 늦은 시간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이제 잠자리에 들겠지만, 잠을 자지는 못할 겁니다.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꿈을 꾸게 되겠지요. 예를 들자면 어젯밤처럼, 어젯밤 꿈에서 어느 다리를, 혹은 부둣가 난간을 향해 달려갔듯이 말이죠. 거기 우연히 난간 위에 놓여 있던 두 개의 전화 수화기를 집어 양쪽 귀에 갖다 대고는, ‘폰투스’로부터의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줄곧 오직 그 하나만을 간절히 소망했지만, 전화기로부터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구슬프면서도 힘찬, 무언의 노래와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죠. 그제야 나는 알아차립니다, 인간의 목소리는 이런 소리를 뚫고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고, 자리를 뜨지도 않았습니다.
— 펠리체 바우어에게, 1913. 1. 22/23. (62~63쪽)

당신이 우리의 베를린 생활에 대해서 써 보내자마자, 나는 그에 관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많은 꿈을 꾸었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꿈은 이제 단지 슬픔과 행복감이 뒤섞인 그런 감정으로 변하여 내 안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
— 펠리체 바우어에게, 1913. 2. 11/12. (63쪽)


워크룸 문학 총서 ‘제안들’

일군의 작가들이 주머니 속에서 빚은 상상의 책들은 하양 책일 수도, 검정 책일 수도 있습니다. 이 덫들이 우리 시대의 취향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1 프란츠 카프카, 『꿈』, 배수아 옮김
2 조르주 바타유, 『불가능』, 성귀수 옮김
3 토머스 드 퀸시,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유나영 옮김
4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 김예령 옮김
5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계속되는 무』, 엄지영 옮김
6 페르난두 페소아, 산문선 『페소아와 페소아들』, 김한민 옮김
7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최애리 옮김
8 비톨트 곰브로비치, 『이보나, 부르군드의 공주 / 결혼식 / 오페레타』, 정보라 옮김
9 로베르트 무질,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신지영 옮김
10 장 주네,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 조재룡 옮김
11 루이스 캐럴, 『운율? 그리고 의미? / 헝클어진 이야기』, 유나영 옮김
12 드니 디드로,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 이충훈 옮김
13 루이페르디낭 셀린, 『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 김예령 옮김
14 조르주 바타유,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 마네』, 차지연 옮김
15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저 아래』, 장진영 옮김
16 토머스 드 퀸시, 『심연에서의 탄식 / 영국의 우편 마차』, 유나영 옮김
17 알프레드 자리, 『파타피지크학자 포스트롤 박사의 행적과 사상』, 이지원 옮김
18 조르주 바타유, 『내적 체험』, 현성환 옮김
19 앙투안 퓌르티에르, 『부르주아 소설』, 이충훈 옮김
20 월터 페이터, 『상상의 초상』, 김지현 옮김
21 아비 바르부르크, 조르조 아감벤, 『님프』, 윤경희 쓰고 옮김
22 모리스 블랑쇼, 『로트레아몽과 사드』
23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살아 있는 그림』, 정의진 옮김
24 쥘리앵 오프루아 드 라 메트리, 『인간기계론』, 성귀수 옮김
25 스테판 말라르메, 『주사위 던지기』, 방혜진 쓰고 옮김

‘제안들’은 계속됩니다.

— ‘제안들’은 숨은 문학 작품들을 엄선해 출간합니다.
— ‘제안들’은 소설, 시, 산문, 희곡, 비평, 전기, 일기, 서간 등을 망라합니다.
— ‘제안들’의 언어는 다양합니다.

2014년 1월 31일, 워크룸 프레스에서 문학 총서 ‘제안들’을 출간한다.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책들로 이뤄질 총서 ‘제안들’은,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고전의 틈새에서, 다양한 언어권의 숨은 작가들 혹은 잘 알려진 작가들의 비밀한 작품들과 더불어 반드시 소개되어야 함에도 국내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았던 책들로 구성된다. 글들은 소설, 시, 산문, 희곡, 비평, 전기, 일기, 서간 등을 고루 포함한다. ‘제안들’은, 그간 국내 문학 출판의 흐름을 비켜 서 있던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워, 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고 그 잠재성을 이끌어내게 되기를 바란다.

‘제안들’은 은밀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택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이들에게 책장 깊숙이 꽂아 두고 싶은 제목들이 될 이 책들은 비밀한, 자연히 남다른 목록을 이룬다. 다분히 개인적인 선택에서 출발한 이 총서가 시대가 요구하는 취향에 온전히 부합하기란 요원한 일일 수 있다. ‘제안들’은 다만 어떤 선택이다.

차례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이 책의 이탈리아어 초판에 대하여
이 책의 독일어 판본에 대하여
서문

꿈—“매일 밤 나는 투쟁한다”
잠, 깨어남 그리고 꿈에 관하여
꿈과 백일몽
예술이 된 꿈
주해
후기

약어
옮긴이의 글
프란츠 카프카 연보

저역자 소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1883년 7월 3일 유대계 상인의 아들로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프라하 구시가지의 독일계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에 이어 1901년부터 1906년 사이 역시 독일계 학교인 카를페르디난트 대학교에서 처음 얼마간은 독문학을 공부하며 첫 단편 「어느 투쟁의 기록」을 썼으나, 아버지의 강권으로 이후 법학을 공부했다.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년 동안의 법률 실습을 거쳐 1907년 이탈리아계 민간 보험회사 아시쿠라치오니 제네랄리에 들어갔고, 이어 1908년 노동자 재해보험 공사에 법률 전문가로 입사해 1922년까지 근무했다.
카프카는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썼다. 「판결」, 「변신」, 「유형지에서」, 「단식 광대」, 「시골 의사」 등 여러 단편과 장편소설 『실종자』, 『소송』, 『성』 등이 그 꿈의 산물이다. 그는 글쓰기에 대한 집착과 불안,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펠리체 바우어와 두 번, 율리에 보리체크와 한 번 약혼하고 파혼했다.
1917년 말 카프카는 결핵에 걸렸고 각혈로 고생했다. 몇 년 뒤인 1924년 6월 3일, 마흔의 나이로 사망한다.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작품과 문서들을 모두 불태워 없애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브로트는 이를 상당 부분 편집하고 출판해 세상에 전했다.

배수아
서울에서 태어나 1993년 『소설과 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 인형』, 『훌』, 소설 『철수』, 『붉은 손 클럽』, 『이바나』, 『동물원 킨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에세이스트의 책상』, 『독학자』,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옮긴 책으로 마르틴 발저의 『불안의 꽃』,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전쟁교본』,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막스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제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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