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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란 무엇인가: 사물·장소·메시지 (3판)

WHAT IS A DESIGNER: THINGS, PLACES, MESSAGES (3rd EDITION)

  • 노먼 포터 지음
  • ,
  • 최성민 옮김
130 × 207밀리미터 / 216쪽 / 사철 하드커버 / 2020년 3월 13일 / 20,000원 / ISBN 979-11-89356-31-6 03600
  • 박활성 편집
  • ,
  • 슬기와 민 디자인
  • 3판
  • 디자인 교육
  • 하이픈 프레스

원래 가격: ₩20,000.현재 가격: ₩18,000.

반세기 넘게 디자이너의 곁을 지킨 독창적 고전

모든 분야에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영감을 주는 고전이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디자이너란 무엇인가』(What is a Designer)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1969년 처음 발행된 이래 여러 차례 시대를 반영해 개정, 재출간되며 수많은 디자이너를 자극하고 격려한 책. 한국에서는 2008년에 초판, 2015년에 개정판이 출간된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3판에서는 몇몇 주요 번역어를 바꾸었으며, 시대 변화를 감안한 역주도 일부 추가되었다. 또한 1940년대 말 저자가 쓴 「직설주의 운동 수칙」을 책갈피로 추가했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일차적으로 건축이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위한 교과서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여행을 막 시작하려는 이는 물론, 그런 탐구에 이미 나선 이에게도 다정한 길벗이 되어 준다. 그러나 간단한 질문을 던지거나 쉬운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은이는 디자인 행위 자체를 끊임없는 질문 행위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디자인 사유와 산물에 숨은 사회적 의미를 줄곧 추궁한다. 디자인과 같이 유행에 민감하고(해야 한다고 여겨지고), 기술 변화에 영향을 받는 분야에서 쓰인 지 반 세기가 넘는 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이렇듯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 행위의 본질적 측면은 50년 전과 다르지 않고, 자신의 시대에 비추어 저자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독자의 과제도 변함없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책의 첫째 부분은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현실을 현대주의적 입장에서 수용, 탐구한 디자인 에세이로 이뤄져 있다. 디자인과 예술의 관계에서부터 디자인 교육의 원리, 좋은 디자인과 그 방법 문제에 대한 지은이만의 독특한 통찰과 사유는 두고 곱씹을 만한 질문거리들을 제공한다.

책의 두 번째 부분에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도구와 그 사용법이 참고 자료로 실려 있다. 디자인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과 거기에 필요한 의사소통 및 그래픽 전략 등 실용서로서 이 책의 성격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이 역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지식의 형태를 띠기보다 대개 또 다른 ‘질문하기’로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에는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교육을 둘러싸고 독자의 사유와 행동을 자극하는 조언과 단상이 부록 형태로 실렸다. 단, 일반적인 디자인 도서와 달리 이 책에는 도판이 하나도 없다. 덕분에 이 책은 참고 자료로서 유행이나 사조를 초월한 보편성을 성취하는 한편, 저자의 비판적 정신에 걸맞게, 단순하고 게으른 모방을 막는다.

목수의 눈썰미와 시인의 목소리가 깃든, “구명대처럼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책”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디자인 분야를 파고들며 그 현실과 가능성을 보여 주는 책이지만 결과물은 이를 넘어선다. 무엇보다도 역자가 후기에서 제안한 것처럼 이 책은 여러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때로는 디자인 개론서로, 실용서로, 배움이나 디자인 윤리에 관한 철학 에세이로, 혹은 하나의 작품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어느 방식을 취하든 높은 이상과 번잡한 현실, 원대한 주장과 실질적 조언을 (말 그대로 문장 단위로 오가며) 독특하게 결합한 이 책은 “나이를 불문하고 자기 분야를 새로이 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직업적 소명을 열렬히 설명하고 현대 운동의 핵심을 낱낱이 드러내는 목소리를 생생히 들려줄 것이다. 학생과 선생에게는 지은이가 몸소 경험한 논쟁을 풍성히 전해줄 것이다. 교육자의 성실함과 목수의 눈썰미, 디자이너의 상상력, 시인의 목소리가 두루 깃든, 그야말로 “구명대처럼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책이다.”


추천사

“노먼 포터는 두뇌와 가슴을 동원하되 편견은 배제하는 진지한 지적 탐험인 디자인의 본질을 포착한다. 여전히 디자인에 의미와 임무가 있다고 믿는다면, 구명대처럼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책이다.”
— 『블루프린트』

“세대를 거듭해 읽힐 교과서.”
— 『아트 먼슬리』

“학생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실은 전문가를 위한 친절한 길벗이라 해도 좋다. 사실, 이 책은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역할을 꾸준히 재정의 하려는 사람들, 자신이 하는 일을 되묻는 신선한 신을 환기시키려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 루차 발라리니, 『라벨』

“이 책은 작업실 개념과 윤리성을 중심에 놓으며, 초기 현대주의의 (그리고 미술 공예 운동의) 기획을 새로이 해석한다. 전망과 지성을 결합하는 강렬하고 실용적인 책이다.”
— 타냐 해로드, 『인디펜던트』

“[출판된 지 수십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현재형으로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묻고 있는 디자인의 고전.”
— 강현주, 『디자인』


발췌

현대 디자인의 심층 구조에서 가장 먼저 배울 점은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 게다가 유쾌하게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흔한 말로, 차차 보게 될 테다. 좋은 작업을 하기는 아마 언제나 어려웠을 테지만, 요즘만 한 때는 없었다. 그런데도 믿음을 버리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이 힘을 보태 주면 좋겠다.

디자이너는, 저라면 직원으로 일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기업에도 디자인을 해 주어야 하나? 디자인은 사회적 사실주의 예술인가? 나이프와 포크를 디자인할 때도 도덕적 품위를 지키면 유익한가? 디자인 작품은 사회적 효용성을 내세울 만한가, 아니면 디자이너의 자기표현 수단일 뿐인가? 전문직은 일부 필수적 환상으로 주변을 둘러싼 자기방어 집단인가? 디자이너는 체제에 순응해야 하나, 아니면 변화를 주도해야 하나? 이와 같은 질문이 주의만 어지럽히고 시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책을 덮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읽되, 쉬운 답은 바라지 말아야 한다.

디자이너는 순수 미술가보다 더 쉽게 냉철해져야 한다. 냉정하게, (자기 생각뿐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비추어 문제나 기회를 저울질해야 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결정된 사항들을 조정하고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제약을 잘 해결하고, 모든 기회를 최선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해하며,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팀의 일원으로 일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어느 정도는 똑똑해야 한다. 실용적이어야 하고, 타인에 대해 폭넓은 책임을 지겠다고 각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적어도 작업 시간 절반을 시각 매체 작업에 바칠 각오도 해야 한다. 디자인이 결정된 다음 작업 대부분은 이런저런 도면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완벽한 인간을 요구하는 것처럼 들려서 우울해질지도 모르겠다.

모든 노력에서, 실패는 거듭 일어날 것이다. 태만에 따른—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심지어 무엇을 할지도 몰라서 빚어지는—실패와 가치 있는 일을 하려다가 겪는 실패 사이에는 고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 자유로운 학교라고 여기는 곳도 실은 자유로운 사회만큼이나 실현하기 어렵고 내부 모순에 취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만큼은 유일한 독재자로 허용해야 마땅하다.

디자인 능력을 잘못 정의하는 예를 더 들어 보자. 세상 만물을 끊임없이 개작하고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지만, 이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는 일을 한 학생은 스스로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허세는 엄청난 인간 에너지를 낭비하고 상당한 실망을 안겨 주지만, 또한 우리가 서로 배울 가능성을 줄이기도 한다.

최악의 오류는 실천적 헌신을 회피하고 ‘방법론’이나 ‘프로세스’ 같은 개념으로 도피하는 일이다. 황무지를 만들어 놓고는, 허울 좋은 과학적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며 합리화하는 태도가 바로 그런 태만에서 비롯한다.

장인의 생활은 고되고, 한없이 교육적이고, 때로는 즐겁고, 대개는 곤궁하다. 다른 생활 방식에 비해 독립성도 강하다. 우리가 ‘ 디자인 공작소’라 부르는 단위들이 스스로 조직해 일관된 관점이나 대표작을 제시할 성싶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작품 사진 찍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다. 그런 자기 관찰이 딱히 적절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쩌면 손을 들고 자기 존재를 인정받을 줄 모르는 태도가 오히려 부러우리만치 과묵한 태도가 되는 경우다. 그렇지만 좋은 공작소는—당연히 드물어도—찾아 나설 만하고, 때로는 그런 곳에서 유익한 디자인 수습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학생이 현 사회에 가로막혀 있다고 느낀다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길을 찾는 데 일조해야 한다. 개인적인 면에서 이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지만, 디자인에 관해서라면, 길목에 도사리는 미끈한 독사를 두 마리 지적할 만하다. 첫째, 미래를 보장하려면 미래에 관한 상상에 온통 몰두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방법과 기법 같은 도구가 정신과 태도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교육과 실무를 막론하고, 이 독사에 물리면 가장 ‘올바른’ 절차마저 공허한 허식으로 환원하는 불임증에 걸리고 만다.

부분들의 차례

서문

1 디자이너란 과연 무엇인가?
2 디자이너는 예술가인가?
3 디자인 교육의 원칙
4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5 방법 문제
예술가—톨텍 족의 시
6 디자인 장인
7 디자이너의 읽을거리
8 요약—학생은 디자이너다

참고 자료
9 설명
10 디자인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11 디자이너의 의사소통
12 간단한 그래픽—전략
13 드로잉과 모형
14 계획 이전에 측량부터
15 질문하기
16 보고서 쓰기
17 도서 목록

부록
18 초보자를 위한 조언
19 디자인에 질문하기
20 협의회 보고서
21 성냥갑의 교훈
22 브리스틀 실험
23 출전

영어판 편집자 후기
3판 역자 후기
색인

저자 및 역자 소개

노먼 포터(Norman Potter, 1923–1995)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목수, 시인, 교육자. 제2차 세계 대전 말엽에 가구 만드는 법을 배웠고, 같은 시기에 무정부주의 정치관을 체득해 평생 신조로 삼았다. 1950 년대에는 영국 윌트셔주 지방 소도시에서 공작소를 운영하는 한편, ‘실내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명칭은 거부했다.) 1960년대에는 런던 왕립 미술 대학과 브리스틀 서잉글랜드 미술 대학 공작 학부에서 가르쳤다. 1969년 첫 저작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를 써내고 나서는 점차 저술에 전념했지만, 실제로 출간된 책은 거의 없다.

최성민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미국 예일 대학교 미술 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최슬기와 함께 ‘슬기와 민’이라는 디자인 듀오로 활동하는 한편, 번역과 저술과 편집 활동을 병행한다. 역서로 『멀티플 시그니처』(최슬기 공역), 『왼끝 맞춘 글』, 『파울 레너』, 『현대 타이포그래피』, 저서로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299개 어휘』(김형진 공저), 『불공평하고 불완전한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최슬기 공저) 등이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시각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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