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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MUSIC TO LISTEN TO IN A WHEELCHAIR

  • 하태우 지음
170 × 240밀리미터 / 104쪽 / 사철 소프트커버 / 2025년 6월 18일 / ISBN 979-11-94232-16-2 03600
  • 노상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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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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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새롬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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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승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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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현선 표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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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원래 가격: ₩20,000.현재 가격: ₩18,000.

품절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은 휠체어 위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작가 하태우가 자신의 삶과 시선을 내놓는 첫 책이다. “당신도 지금 휠체어를 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건네며 시작하는 이 책은 익숙하고 따뜻한 음악들에 기대어 낯설고 서늘한 생각을 펼쳐 낸다. 책 구석구석에 나타나는 유머러스한 추임새 덕분에 이 온도 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에는 2010년대 한국을 살았다면 누구나 한 번쯤(혹은 수십 번쯤) 들어 보았을 음악들이 빼곡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듣기보다 처음 들었을 때 좋았던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다”며, “융통성 부족한 성격이 음악 취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너스레를 부린다.(3쪽)

하지만 같은 음악도 듣는 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감상을 낳기 마련이다. 가령 10CM의 공전의 히트 「아메리카노」는 저자에게 ‘대(大)카페 시대’ 속에서도 카페의 문턱을 넘지 못하던 대학교 1학년 때를 상기시킨다. “나도 ‘순대국 먹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 마시고 싶다고….”(55쪽) 한편, ‘보통의 존재’로서 겪는 상실을 노래한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는 저자로 하여금 “나는 내 자신이 보통의 존재이고자 애쓰는 ‘보통이 될 수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한다. 저자 자신이야말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13쪽)

그렇다고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이 마냥 씁쓸하거나 슬픈 것은 아니다. 저자에게 음악은 친구에 대한 애정 담은 선물이기도 하고(「휠체어에서 사는 앨범」), 동생의 운전 연습을 도우며 듣는 BGM이기도 하다(「운전은 무리」). 저자는 음악을 통해 시간 여행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10년 전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래」), 정신을 잃을 듯한 직장 스트레스를 달래 보기도 한다(「멀리멀리」). 저자는 음악이 내밀하고 관능적일 수 있으며(「사실 그래서 좋다」), 동시에 배제된 이들의 곁에 서서 팔뚝질 할 수도 있음을 안다(「푸른 언덕 청파동」). 그러니까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은 낮으면서도 높고, 빠르면서도 느리다. 휠체어처럼 말이다.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은 저자가 휠체어 위에서 쌓아 온 흥건한 감정과 산뜻한 상념을 모두 담고 있다. 이 책에 함께 수록된 미술가 노상호의 앨범 재킷 드로잉들과 마찬가지다. 또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은 단정한 문장 속에 간간이 귀여움을 숨겨 두었다. 테이블 위 검고 차가운 물건들과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함께 있는 표지 사진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며 “언젠가 내게서 사진과 글이 사라지더라도 음악만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고 한다.(103쪽) 이 말에서 들리는 것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음악 속에서 눈과 마음의 갈피를 잃게 만들 것이다.


추천사

“나는 이 책 제목을 “휠체어‘로’ 듣는 음악”이라고 잘못 읽었다. 그렇지만 왠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휠체어로 듣는 등롱 같은 음악.” — 노상호(미술가)


발췌

휠체어에 완전히 의지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내 근육병은 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언제부터 걷지 못했고 언제부터 서 있지 못했는지가 흐릿하다. 어쨌거나 지금은 수동이든 전동이든 휠체어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앉거나 누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다. 사실 꼼짝은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정말 꼼짝에 불과해서 꼼짝도 할 수 없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동 휠체어가 있어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쓸 수 있고, 전동 휠체어가 있어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3쪽)

힙합에 대한 애정은 20대 중반부터 눈에 띄게 식었다. ‘머니 스웨그’도 질렸고 ‘비치’(bitch)나 ‘푸시’(pussy) 타령도 싫었다. 그럼에도 2016년 5월에 발매된 빈지노의 정규 1집 『12』는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23쪽)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마침 집에는 엄마가 가끔 치던 통기타가 하나 있었다. 작은방에 들어가 장롱 옆에 세워져 있던 기타를 꺼내 들었다. 처음 잡아 본 기타는 생각보다 크고 묵직했다.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는 다리 위에 기타를 올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양옆으로 튀어나와 있는 팔걸이에 기타 몸통이 계속 걸려서 안정적인 자세로 기타를 잡을 수가 없었다. 엉거주춤하게 기타를 붙잡고 방학 내내 몇 개의 코드를 번갈아 가며 연습했는데, 어정쩡한 모양새 때문에 기타를 치는 시간보다 기타 잡는 자세를 바로잡는 시간이 더 길었다. 글렌 핸사드처럼 기타를 치며 노래까지 부르려면 30년은 걸릴 것 같았다. (39쪽)

카메라를 들고 다녔지만 사진을 한 장도 찍을 수 없고, 서점에 갔지만 책을 한 쪽도 읽을 수 없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정말 이 도시로부터 멀리멀리 달아나고 싶다.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의 앨범 표지처럼, 아무런 색깔도 없이 오직 검은 선만 존재하는 곳으로. 선인장과 야자수가 있고 까만 태양이 높이 이글거리는 곳으로. 우효의 투명한 목소리가 그곳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다. (43쪽)

rTMS를 받으러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갔다. 기계가 설치된 의자에 앉아 청소기 헤드처럼 생긴 코일을 왼쪽 머리에 갖다 대고 있으면 찌릿찌릿한 자기장 자극이 느껴졌다. 휠체어에서 옮겨 앉아야 했기 때문에 매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첫째 동생이 치료실로 찾아올 때도 있었고, 첫째 동생의 남자 친구가 회사를 쉬는 날 나와 동행할 때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시간이 안 될 때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엄마가 병원으로 왔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69쪽)

전교생을 통틀어 한 명이 있기도 어려운데 한 교실에 두 명이나 휠체어 타는 근육병 환자라니. 나와 S는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근육병에 휠체어를 탄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는 모든 것이 정반대였다. 나는 공부를 잘했고 친구가 많았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적극적이고 활발했다. 반면 S는 공부를 못했고 친구가 없었으며 매사에 소극적이고 조용했다. (77쪽)

가산 혼합되어 하얗게 밝아지는 빛처럼, 앨범 전체를 반복해서 들을수록 도마가 노래하는 다양한 감정들은 점점 슬픔으로 수렴해 간다. 따스하고 밝게 빛나는 슬픔. 모든 것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처럼, 도마의 노래를 들으며, 도마의 노래를 듣다 보면 왜 결국 슬퍼지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89쪽)

김사월의 노래를 들으면 몸과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나는 가라앉기를 잘한다. 자주, 오래 가라앉는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약이 부표처럼 수면 위를 떠다니고, 나는 그 아래에서 웅크린 채 숨을 참는다. 감정과 표정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방에 틀어박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밤낮이 없을 만큼 잠을 잔다. 어지럽고 슬픈 꿈을 꾼다. 한번은 그런 나를 보고 J가 말했다. 너에게 김사월은 너무 해로워.(93쪽)

D의 해결법은 조금 달랐다.(그리고 재미있었다.) 새로 이사를 하게 된 D는 어느 날 대뜸 선물을 요구했다. D의 생일이 가까웠기 때문에 뭘 갖고 싶은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수동 휠체어’였다. 자신의 집에 두었다가 내가 놀러 오면 옮겨 탈 수 있게 수동 휠체어를 선물로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휠체어를 선물하게 되었다.(101쪽)

차례
휠체어에서 사는 앨범 — 콜드플레이
죽어 마땅한 것, 죽여 마땅한 것 — 눈뜨고코베인
가장 보통이고 싶은 존재 — 언니네 이발관
피멍이 든 것 같은 — 자우림
운전은 무리 — 설
소멸은 공평하게 — 보드카 레인
서울 나들이 — 김목인
10년 전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래 — 빈지노
급속 충전 — 미역수염
피범벅이 되도록 — 국카스텐
‘겁나’ 긍정적인 — 페퍼톤스
김창완 밴드잖아 — 김창완 밴드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 새소년
쇼팽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 올라퓌르 아르날스, 알리스 자라 오트
돌멩이가 될 것 같다 — 김뜻돌
기타 연습 — 글렌 핸사드, 마르케타 이르글로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 브로콜리 너마저
멀리멀리 — 우효
올해는 제발 — 람슈타인
깊은 밤 안개 속 — 3호선 버터플라이
7급 공무원 시험 — 옥상달빛
사실 그래서 좋다 — 시가렛 애프터 섹스
유쾌함을 처방 — AC/DC
나도 아메리카노 — 10CM
까만색 플라스틱 비디오테이프 — 앨런 멩컨, 하워드 애슈먼
가깝고도 먼 행복 — 알 바노, 로미나 파워
Die alone — 혁오
비 오는 날, 잠자리 — 유라
아카시아는 아카시아가 아니야 —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술 — 푸른새벽
멋진 하루 — 푸디토리움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할게 — 더 발룬티어스
끄덕끄덕 — 검정치마
S와 나 — 릴리 슈슈
밤 산책 — 김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설아
살아가며 우리가 배운 건 — 보수동쿨러
마네킹은 휠체어를 타지 않는다 — 사카모토 류이치
바다를 바라보며 — 도마
마지막에 남아 있는 것 — 세이수미
해로운 노래 — 김사월
내장노사 — 장기하와 얼굴들
가을은 등롱 — 다린
푸른 언덕 청파동 — 정밀아
위스키 가서 친구 집 한잔 — 악틱 멍키스

하태우
1991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세 살 무렵 근육병 진단을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휠체어 위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을 썼다. 서울에 살고 있다. 첼시 FC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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