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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NACHLAß ZU LEBZEITEN / ÜBER DIE DUMMHEIT

  • 로베르트 무질 지음
  • ,
  • 신지영 옮김
110 × 175밀리미터 / 272쪽 / 사철 하드커버 / 2015년 3월 20일 발행 / 13,000원 / ISBN 978-89-94207-51-3 04800 / 978-89-94207-33-9 (세트)
  • 김뉘연 편집
  • ,
  • 강경탁 디자인(본문)
  • ,
  • 김형진 디자인(표지)
  • 관찰자
  • 어리석음
  • 특성 없는 남자

원래 가격: ₩13,000.현재 가격: ₩11,700.

로베르트 무질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인 방대한 미완성작 『특성 없는 남자』를 쓴 오스트리아 작가다. 로베르트 무질의 『생전 유고 / 어리석음에 대하여』 중 『생전 유고』는 에세이와 단편 30편을 모아 무질이 생전에 펴낸 책이며, 이어 실린 「어리석음에 대하여」는 『생전 유고』가 나온 지 약 1년 반 뒤 출간되었던 무질의 마지막 작품으로, 연설문이다.

“생전”의 “유고”,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

왜 유고(遺稿)인가? 왜 생전(生前)인가?

“작가의 유작들이 큰 선물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유고는 가게가 문을 닫을 때 하는 창고 정리나 가격 인하와 수상쩍은 유사성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고가 사랑받는 것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을 향하는 작가를 외면할 수 없는 독자들의 밉지 않은 약점 때문이리라. 상황이야 어쨌든 간에 그리고 언제 유고가 가치가 있는가, 언제 유고가 단순한 가치 하락이 될 뿐인가 하는 질문들에서 짐작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내 유고가 출판되는 것을, 내가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막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이치에 닿는지는 모르겠지만, 유고를 생전에 직접 출판하는 것이다.” (본문 15쪽)

로베르트 무질은 “생전” “유고”라는 모순된 표현을 제목으로 택한 까닭을 밝히며 글을 연다. 그는 ‘죽은 사람이 생전에 써서 남긴 원고’라는 의미로 작가가 생을 마감한 후 타인의 손을 거쳐 출판되기 마련인 유고(遺稿)를, 자신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즉 생전에 직접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젊은 시절 잡지에 기고했던 에세이와 단편 중 “마지막 말들”이 될 글을 신중히 고르는 가운데, 그는 당시 집필 중이었으며 필생의 미완성 역작이었던 『특성 없는 남자』 작업의 힘겨움을 우회적으로 언급한다(“그 작품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막간 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을 옮긴 무질 연구자 신지영 또한 마침 이때의 무질과 같은 입장에 처했다. 즉 오랜 시간 『특성 없는 남자』를 번역하던 중 그 문체, 구조, 이념이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이라 할 『생전 유고』를 먼저 옮겨 펴내게 됐다.

그렇다면 『생전 유고』는 어떻게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이 되는가?

『특성 없는 남자』는 작가 무질의 삶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제1권(1931년)과 제2권(부분 출판, 1932년)을 낸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소설에 매달려 있던 그는 1935년 그동안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펴낼 것을 제안받는다. 절박한 상황에서 무질은 『생전 유고』 출판을 결심한다. 즉 『생전 유고』는 『특성 없는 남자』 집필이 야기한 경제적 어려움의 산물로, 5년간의 제1차 세계대전 종군을 끝낸 후 매체에 글을 실어 먹고살았던 무질이 (『특성 없는 남자』를 본격 집필하던) 1920년대에 발표한 글들이다.
『생전 유고』는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남다른 관찰력이 두드러지는 스케치 ‘그림들’(14편), 예리한 비판이 더해진 에세이 ‘비호의적 고찰들’(11편), 풍자적 성격의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4편), 그리고 별도의 이야기인 ‘지빠귀’(1편). 각 글은 별개로 쓰였지만, 무질은 이 글들을 선별하고 구성하면서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자 했다. 옮긴이의 지적대로, “관찰, 에세이,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에 이어 진짜 이야기로 발전하는 이 책의 구조가 점, 선, 면에 이어 공간으로 발전하는 파울 클레의 회화적인 사고를 문학적으로 옮겨놓은 것”이라는 어느 무질 연구자의 견해가 설득력 있는 이유다. 그리고 『생전 유고』의 이러한 구조는 『특성 없는 남자』와 닮은꼴이다.

“잉에보르크 바흐만은 무질의 대작 『특성 없는 남자』를 “날카로운 관찰, 치명적인 비판, 탁월한 풍자” 그리고 “다른 상태”라는 말로 특징지은 바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는 모두 『생전 유고』의 특징들이기도 하다. (『생전 유고』에 실린) 「성격 없는 인간」의 ‘성격 없음’이라는 모티프는 그대로 “특성 없는” 남자라는 소설의 기본 구상으로 반영되고 「지빠귀」의 세 이야기의 내용인 “다른 상태”는 『특성 없는 남자』 제2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구조상으로도 관찰, 에세이, 풍자 그리고 “다른 상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생전 유고』는 역시 에세이적인 비판과 풍자로 이루어진 1부와 진지한 삶의 시도인 2부로 이루어진 『특성 없는 남자』의 축소판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특성 없는 남자』의 에세이적이고 반어적인 문체와 “다른 상태”의 이념을 그대로 담고 있는 『생전 유고』는, 무질이 작가로서 매진했던 바를 방대한 분량의 대작에 비해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생전 유고』가 나온 지 2년 후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병합되던 1938년 3월, 무질의 책은 독일에 이어 오스트리아에서도 금서로 지정된다. 그는 무일푼으로 스위스로 망명해 후원에 기대 살다가 1942년 4월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결국 『특성 없는 남자』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우리에게는 『생전 유고』가 남았다.

“어리석음”에 대항하는 “관찰자”

그렇다면 무질이 밝힌 바, (‘[그림/글]쟁이’와 구별되는) ‘작가’, ‘천재’는 어떤 사람일까? 『생전 유고』 두 번째 장 ‘비호의적 고찰들’의 에세이들은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무질의 입장을 담고 있다. 이 중 「망원경으로 보라」에서 무질은 “보통 때에는 망원경으로 보지 않는 것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우리는 사물들을 항상 그 주변 환경들과 함께 보며 습관적으로 그것을 그 안에서 의미하는 그것으로 간주”하지만, “일단 그 환경에서 벗어나면 그것들은 천지창조 이후 첫날, 현상들이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그랬을 것처럼 이해할 수 없고 끔찍”해지고, “모든 것은 더 분명해지고 더 확대되지만, 무엇보다도 더 근원적이 되고 더 악마적이” 된다.

“익숙한 연관성을 해체하고 실제의 연관성을 발견하는” 이러한 망원경의 천재성이 예술에 필요한 까닭은, 그것이 예술이 보여주는 여러 ‘어리석음’에 대항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생전 유고』에 뒤이어 실린 연설문 「어리석음에 대하여」에서 무질은 “똑같은 이야기들과 체험들을 수백만 번 이야기하는”, 즉 베껴 쓰고 바꿔 쓰는 글쟁이들의 문학 그리고 삶과 체험이 빠져버린 개념적 사고의 결과인 ‘키치’를 예술이 보여주는 어리석음 중 하나로 꼽는다. 이것들은 기존의 것을 재생산해낼 뿐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못한다.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체험을 기존의 연관성에서 벗어나 관찰해야 한다. 무질은 그 방법으로 망원경을 추천한다. 망원경의 시선 아래 익숙한 것들은 낯설어지고, 세상은 “천지창조 이후 첫날”로 돌아가기에.

이러한 ‘망원경의 시선’은 무질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관찰 방법으로, ‘관찰자’ 무질의 근원은 그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군사학교에 이어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대에 다니다 베를린 대학에서 전공으로 철학과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물리학과 수학을 택해 공학, 수학, 물리학을 두루 접한 작가 무질은 인간과 삶, 영혼의 문제를 자연과학적인 정확한 시선으로 관찰해왔다.

『생전 유고』 서문에서 무질은 다음과 같이 — 짐짓 무심히 — 밝힌다. “무심하게 제시되어 있는 작은 특징들에서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기다리는’ 감정들에 몸을 맡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선견지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감정들은 터져 나오는 그 순간까지 ‘아무 할 말이 없는’ 듯 보이고 우리가 행하는 것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속에서 악의 없이 표현된다.” 작은 특징들, 아무 할 말이 없는 듯 보이는 감정들은 작가 무질의 시선 아래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작은 풍자”로 거듭난다.

“나는 이 작은 풍자들의 초시대성에 건 용기를 결국 괴테의 문장에서 얻었다. 그 문장을, 그것이 담고 있는 진리를 해치지 않고 이 목적에 맞게 의역하면 다음과 같다. “잘못 처리된 한 가지 일에서 우리는 잘못 처리된 만사에 대한 비유를 본다.” 이 문장은 작은 실수에 대한 비판이 훨씬 더 큰 실수가 저질러지는 시대에도 가치를 잃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준다.” (본문 18쪽)


발췌

몇 년에 걸쳐 온갖 전시회들을 두루 돌아다녀야만 하다 보면 어느 날 그림쟁이라는 개념을 발명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림쟁이와 화가의 관계는 글쟁이와 작가의 관계와 같다. 이 단어는 혼란스런 현상에 질서를 부여한다. 글쟁이는 서력기원 이래로 십계명과 고대가 그들에게 전해준 몇 개의 우화를 바꾸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다. 따라서 그림쟁이도 몇 개의 회화적 기본 착상들로 연명하고 있다는 가정은 애초부터 터무니없지 않다. (94쪽)

이렇게 해서 인간은 가끔씩 어떤 종류의 작가들이 있는지 알게 되는데 이들은 항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하고, 가장 진짜이고, 가장 인정받으며, 가장 많이 읽힌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런 저울질하는 수식어 없이 작가란 무엇인가, 언제 단순히 글을 쓰는 피조물이 작가인가 — ‘무슨 무슨 작품을 쓴 그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 , 이런 질문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다. 세계가 이 질문을 비더마이어 시대의 우편 나팔 소리인 양 수치스러워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인간은 카페 하크가 무엇인지, 롤스로이스가 무엇인지, 행글라이더가 무엇인지 단언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의 아이의 아이들이 잔뜩 기대를 하고서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시대에는 아직 작가들이 있었다고 하지요. 그게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당황하게 되는 일이 생길 것이다. (98–99쪽)

오늘날 책들은 위대함이 없고 작가들은 더 이상 위대한 책을 쓸 능력이 없다고들 한다. 이 말에 반박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문장을 뒤집어 독일의 독자들이 더 이상 읽을 능력이 없다는 가정을 한번 검증해보면 어떨까? 읽은 책의 분량에 비례하여, 만약 그것이 정말로 문학이라면, 불만과 동일하지는 않은, 뭔지 모를 저항이 증가하지 않는가?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책이 통과해가야 하는 문이 병적으로 약이 올라서 꽉 닫혀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노라면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지 못하고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수술을 받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소문의 근원을 추적해보고 대화들에 귀를 기울여보면, 우리는 독자가 — 심지어, 중요한 책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오늘의 천재와 한 시대의 천재를 임명하는 좋은 독자들조차도! — 심한 반발에 부딪히면 대개는 지조 없이 다음과 같은 고백을 서슴지 않고 하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그가 선호하는 천재는 어쩌면 천재가 아니고 진정한 천재는 어쩌면 오늘날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경험은 결코 고급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학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수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철학에는 실천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고들 한다. 이처럼 오늘날은 어느 분야에서나 문외한이 전문가를 평한다. 그리고 모든 전문가가 다른 수백 개의 분야에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나쁜 의견들이 양산된다. (103–104쪽)

조용한 우리의 진지 위로 한번은 갑자기 적기가 한 대 날아왔어. 뾰족한 산봉우리들 사이로 빈 공간이 별로 없는 산맥이어서 비행기가 높이 날아야만 했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 우리는 마침 한 무덤 화관 위에 서 있었고 순식간에 하늘이, 흔들리는 분첩에서 쏟아지는 듯 엔진에서 나온 흰색 유산탄 연기로 뒤덮였지. 재미있는 광경이었고 사랑스럽다고까지 할 만했어. 게다가 태양은 막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의 삼색 날개를 통해 비쳤는데 교회 창문이나 화려한 색채의 박엽지를 통해 비치는 것 같았어. 이 순간에 더 필요한 것이라고는 모차르트의 음악뿐이었을 거야. 우리가 경마장에 온 관람객들처럼 모여 서 있고 좋은 표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어. 우리들 가운데 한 사람도 말했어. 몸을 숨기는 게 좋겠어! 하지만 모두 들쥐처럼 땅굴 속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분명했어. 그 순간 나는 넋이 나간 채 위를 향해 굳어 있는 내 얼굴로 다가오는 나지막한 소리를 들었어. 물론 그 반대였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먼저 소리를 듣고 그 후 위험이 다가오는 걸 알아차렸을 수도 있어. 하지만 같은 순간 나는 벌써 그것이 강철 화살이라는 걸 알았어! 그건 목수들이 쓰는 연필보다 굵지 않은, 끝이 뾰족한 강철 막대기로 그 당시 비행기들이 상공에서 투하했지. 두개골에 명중하면 발바닥을 뚫고 나오지만 명중률이 높지 않아서 곧 폐기되었지. 그래서 그건 내 첫 번째 화살이었지만 — 폭탄과 기관총 소리는 아주 달라 — 나는 금방 그게 뭔지 알았어. 나는 잔뜩 긴장했고 다음 순간 벌써 그 특이한, 확률에 근거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 명중이다! (188–189쪽)

따라서 저는 차라리 곧장, 이 힘에 직면해 제가 가지는 약점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그건 제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리석음의 이론을, 그 도움으로 세계를 구원하려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었을 이론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과학적인 신중함의 한계 내에서도 이것을 대상으로 삼은 연구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좋건 궂건 개념상으로 이와 비슷한 대상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생겨났을 법한 일치 또한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무지한 탓일 수도 있지만 ‘어리석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선, 미 또는 전기(電氣)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사고방식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더 있을 법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을 정립하고 모든 삶의 이러한 선행 질문들에 가능하면 냉철하게 답해보고 싶은 소망은 적잖이 매력적입니다. (209쪽)

차례

생전 유고

서문

I. 그림들
파리잡이 끈끈이
원숭이 섬
발트해 연안의 어부들
인플레이션
말이 웃을 수 있을까?
깨어난 남자
양들을 달리 보다
석관 뚜껑
토끼의 파국

밝은 귀
슬로베니아의 마을 장례식
소녀들과 영웅들
다시없을 여관

II. 비호의적 고찰들
검은 마법
문과 대문
기념 조형물
그림쟁이
문화 문제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 사이에서
예술 기념제
망원경으로 보라
여기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숲이여, 누가 너를…?
위협당하는 오이디푸스

III. 이야기 아닌 이야기들
거인 아고아크
성격 없는 인간
세 개의 세기에서 나온 하나의 이야기
동화

IV. 지빠귀

어리석음에 대하여

저역자 소개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 1880–1942)
오스트리아 작가. 군사 실업학교에 이어 브륀 공과대학에 진학한 무질은 슈투트가르트 공과대학을 거쳐 1903년 10월 베를린 대학에서 전공으로 철학과 실험심리학을, 부전공으로 수학과 물리학을 택한다. 한편 1902년부터 집필한 첫 장편소설 『생도 퇴얼레스의 혼란』은 1906년 출간되어 성공을 거둔다. 이어 무질은 1911년 단편집 『합일』을 펴내고, 『디 노이에 룬트샤우』 편집자로 일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입대해 종전 후 전역한다. 1921년 『몽상가들』을 출간한 그는 1923년 10월 클라이스트상을 공동 수상한다. 1924년에는 3막 익살극 『빈첸츠와 유명한 남자들의 여자친구』와 노벨레집 『세 여인』이 출간되고, 이해 5월 무질은 빈 예술상을 공동 수상한다. 로베르트 무질의 미완성 대표작으로 이름난 『특성 없는 남자』는 1930년 10월 제1권이, 1932년 12월 제2권 제1부가 출간되었다. 그러나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자 무질의 책들은 독일에서 금서로 지정된다. 무질은 나치 독일을 떠난다.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그는 1935년 12월 취리히에서 『생전 유고』를 출간하지만 역시 판매 금지된다. 마지막 출간작은 연설문이었다. 무질은 1937년 3월 오스트리아 단체 베르크분트의 초청으로 빈에서 「어리석음에 대하여」를 강연하고, 이 연설문이 그해 5월 출간된다. 1938년 3월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합병되자 오스트리아에서도 『특성 없는 남자』와 『생전 유고』가 금서로 지정된다. 무질은 취리히로 망명하고, 이듬해 7월 제네바로 이주한다. 이해 9월 1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결국 그는 『특성 없는 남자』를 완성하지 못한 채 1942년 4월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전후 1952~7년, 아돌프 프리제가 편집한 무질 전집(3권)이 로볼트에서 출간되면서 비로소 로베르트 무질은 세계적인 조명을 받게 되었다.

신지영
1989년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의 작품에 나타난 유토피아주의’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 논문은 2008년에 독일 쾨니히스하우젠 운트 노이만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2010년부터 덕성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신화와 사랑』, 역서 『도형 그림의 심리학』이 있고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를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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