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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

LETTRE SUR LES SOURDS ET MUETS À L'USAGE DE CEUX QUI ENTENDENT & QUI PARLENT

  • 드니 디드로 지음
  • ,
  • 이충훈 옮김
110 × 175밀리미터 / 212쪽 / 사철 하드커버 / 2015년 10월 27일 발행 / 13,000원 / ISBN 978-89-94207-56-8 04800 / 978-89-94207-59-9 (세트)
  • 김뉘연 편집
  • ,
  • 양으뜸 디자인(본문)
  • ,
  • 김형진 디자인(표지)
  •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맹인에 대한 편지
  • 도치

원래 가격: ₩13,000.현재 가격: ₩11,700.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를 쓴 드니 디드로는 18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계몽사상가이자 소설가, 극작가, 예술비평가로 (당대 유럽 최고의 수학자였던) 달랑베르와 함께 총 28권(본문 17권, 도판 11권)의 『백과사전』을 편찬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디드로의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와 이 편지 2판에 부록으로 실린 「앞의 편지의 저자가 출판업자 B… 씨에게」, 「…양에게 보내는 편지」, 「『농아에 대한 편지』에 관련한 『트레부』지 편집자 발췌문에 대한 검토」는 물론 『트레부』지의 해당 기사까지 번역해 당시 디드로가 벌인 논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말도 하고 귀도 들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이 제목이 ‘귀가 들리지 않지만 말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말은 못 하지만 귀는 들리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나, ‘말도 하고 귀도 들리는’ 훨씬 더 적은 사람들이나, 누구에게라도 적용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물론 마지막 세 번째 사람들 보라고 이 편지를 쓴 것이기는 합니다.” (본문 15쪽)

이 책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이하 농아에 대한 편지)는 디드로의 전작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맹인에 대한 편지』(이하 맹인에 대한 편지)와 짝을 이룬다. 디드로는 선천적 맹인이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한 후 처음 눈뜨는 상황에 참여할 뻔하지만 주최자들의 조작으로 인해 기회를 놓친다. 이에 분노한 그는 1749년 『맹인에 대한 편지』를 쓰게 되고, 출간 이후 미움을 사 3개월 남짓 뱅센 감옥에 투옥된다. 『농아에 대한 편지』는 그 2년 후인 1751년 출간된다.

『농아에 대한 편지』는 당시 콜레주드프랑스에서 그리스와 라틴 철학을 강의했던 수사학자 샤를 바퇴의 『하나의 원칙으로 환원된 예술』을 비판하며 전개된다. 바퇴는 예술의 세 분과인 시와 회화와 음악이 ‘하나의 원칙’ 즉 ‘아름다운 자연’을 모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디드로는 ‘아름다운 자연’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물으며 이 주장의 결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책을 쓴 것이다. 디드로는 이러한 비판을 언어에서의 ‘도치’의 문제를 다루면서 펼치기 시작한다.

“이 편지는 도치의 기원, 문체의 조화, 숭고의 국면, 대부분의 고대어와 현대어에 대한 프랑스어의 몇 가지 장점과, 기회가 되면 예술에 있어 특별한 표현법을 다룬다.” (본문 19쪽)

디드로는 바퇴에게 예술가들이 모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아름다운 자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묻는다. 바퇴는 최종 목적으로서의 아름다운 자연을 전제하고, 우리의 감각이 포착하는 자연은 항상 그것의 초월적 형상인 아름다운 자연의 아래에 놓인다고 본다. 디드로는 바퇴의 이러한 논의가 당대 지배적 사상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철학을 통속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사실은 ‘자연이 전부’이고 ‘아름다운 자연’은 물리적 자연에 대한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추상화・개념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드로가 이 편지를 ‘실체’에 대한 바퇴와 자신의 상반된 정의로 시작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체’를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철학에 근거한 바퇴가 정의한다면 보편적 본질인 ‘실체’라는 실사가 먼저 나오고 그것의 감각 자질의 지각의 결과로 얻게 될 우연적인 속성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그 뒤에 올 것이다. 그러나 로크의 경험론과 콩디야크의 감각론을 따르는 디드로는 감각 자질의 지각이 먼저이고, 그것의 추상화는 차후의 일임을 들어 형용사들이 실사 앞에 오는 것을 ‘자연적’ 순서로 본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디드로는 도치의 본성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우선 웅변의 언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검토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검토 결과, 프랑스어를 동물의 언어(웅변 언어의 최초의 상태)와 비교한다면 도치가 굉장히 많다고 판단한다. 이어 디드로는 몸짓언어를 분석한다. 우선 “약속으로 정한 벙어리” 그리고 “선천적 농아”와 각기 대화를 나눈 후, 선천적 농아의 몸짓을 지배하는 순서를 살피고, 그에게 어떤 관념을 전할 때 우리가 겪게 되는 어려움을 살핀다. 그리하여 선천적 농아의 몸짓에 지배적인 순서는 몸짓이 웅변 기호로 대체될 수 있었을 시대의 순서를 대단히 충실히 그려내는 역사가 된다는 점, 선천적 농아에게 어떤 관념들을 전할 때 겪는 어려움은 최초로 고안된 웅변 기호들과 마지막으로 고안된 웅변 기호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을 밝혀낸다. 한편 배우의 몸짓을 대사를 듣지 않고 분석하고, 이어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의 손 씻는 몸짓을 예로 들며 어떤 웅변의 미문으로도 표현하지 못할 “숭고의 국면(숭고한 몸짓)”이 존재함을 증명한다. 디드로는 이후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의 시제를 분석하고, 언어의 탄생과 형성과 완성 단계를 구분해내고, 형성을 마친 언어가 완성된 언어의 상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체의) 조화가 생긴다는 점을 밝혀내고, 문체의 조화와 음악의 화성을 비교하면서 특별히 시에서 쓰이는 일종의 ‘상형문자’가 있음을 깨닫고, 나아가 시인뿐만 아니라 화가와 음악가 모두 결국 각자의 재능과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해냄을 역설한다. “(무슨 언어로 되었더라도) 천재가 떠받치는 작품은 무너지는 법이 없”다는 그의 결론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디드로는 ‘말도 하고 귀도 들리’지만 섬세한 아름다움과 심오한 사상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동시대의 숱한 ‘농아들’에게 진정한 감식안을 가져줄 것을 이 편지를 써서 요청한다. 그러나 맹인에 대한 편지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반면, 농아에 대한 편지에 대한 반응은 트레부지의 서평을 제외하곤 미미했다. 디드로가 거론했던 바퇴조차 이 편지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책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디드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들을 줄 모르고 말할 줄 모르는 농아들이 너무 많았던 탓이 아니겠는가.” ― 「옮긴이의 글」 중에서


발췌

글을 보고 생각을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 품행은 어떤 사람인지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타일이나 더 정확히 말해 문장 구성을 보고 판단한다면 그가 정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잘못 생각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제가 이 점에 대해 결코 잘못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선생님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문장을 좋게 고치는데 이를 완전히 뜯어고쳐서 다시 써주어야 하는 사람은 머리를 개선해주기 위해서 새 머리를 달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았던 것입니다. (42쪽)

일반적인 담화에서는 사유와 표현을 구분해야 합니다. 친숙한 대화에서는 사유가 명확하고 순수하고 정확하게 제시되기만 하면 됩니다. 이 특징들을 그대로 두고 여기에 더해 용어를 잘 선택하고, 음수율을 지키고, 도미문에 듣기 좋게끔 조화를 기해봅시다. 그러면 설교에 적합한 문체가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가 되기에는, 특히 오드와 서사시의 묘사에서 펼쳐지는 시적 특성을 갖추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음절 하나하나를 전부 생생하게 움직이고 그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정신(esprit)이 시인의 말 속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 정신은 무엇일까요? 그 정신이 제 앞에 나타나는 것을 느꼈던 때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전부는 그 정신의 존재 덕분에 사물이 말해지자마자 동시에 재현되고, 이해력으로 그 사물을 포착함과 동시에 마음이 움직이고, 상상력으로 그 사물을 보고, 귀로는 들을 수 있게 되고, 그때 담화가 사유를 힘차고 고상하게 표현해주는 에너지가 넘치는 용어들의 연쇄인 것만이 아니라 그 사물을 그려내는 상형문자들(hiéroglyphes)이 층층이 겹쳐 쌓인 직물(tissu)로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는 상징적(emblématique)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적 상징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적 상징을 창조해낼 수 있다시피 해야지 그것을 강력하게 느낄 수 있지요. (71~2쪽)

한 시인의 아름다움과 다른 시인의 아름다움의 경중을 달아보는 일은 우리가 수천 번도 더 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시, 회화, 음악에 공통된 아름다움을 모으고, 이들 간의 유추 관계를 제시하고, 시인, 화가, 음악가가 어떻게 동일한 이미지를 표현하는지 설명하고, 이들의 표현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상징들을 포착하고, 이들 상징 간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것 등이 해야 할 일로 남아 있으며, 이를 선생님께서 쓰신 『하나의 원칙으로 환원된 예술』에 추가하시도록 충고드리는 것입니다. (93쪽)

차례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

부록
—앞의 편지의 저자가 출판업자 B… 씨에게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의견
—『농아에 대한 편지』에 관련한 『트레부』지 편집자 발췌문(4월, 기사 42, 841쪽)에 대한 검토
—기사 42.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 12절판, 차례 제외 241쪽, 이 책은 파리 오귀스탱 강변로의 보슈 피스 서점에 나와 있다.

옮긴이의 글
드니 디드로 연보

저역자 소개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
프랑스 랑그르 출신의 철학자, 소설가, 극작가, 미술 평론가이다.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무신론적 유물론자로서 문학, 철학, 예술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이론을 주장했다. 당대의 수학자였던 장 르 롱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1717~83)와 함께 『백과사전』(총 28권)을 편찬했으며, 철학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맹인에 대한 편지』(1749),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농아에 대한 편지』(1751), 『자연의 해석에 관하여』(1753), 『달랑베르의 꿈』(1769), 소설 『수녀』(1760), 『라모의 조카』(1761~73),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1769~82), 『부갱빌 여행기 보유』(1772), 극작품 「사생아」, 「집안의 가장」, 연극론 『배우에 관한 역설』(1773), 미술 평론 『살롱』(1759~81) 등을 남겼다.

이충훈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 제4대학에서 「단순성과 구성: 루소와 디드로의 언어와 음악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조교수이다. 옮긴 책으로 D. A. F. 드 사드의 『규방 철학』, 장 스타로뱅스키의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드니 디드로의 『미의 기원과 본성』과 『백과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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