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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리필: 지나쳐야 록이다
시미즈 히로유키

2025년 1월 13일 게재

마지막 연재 글입니다

나카지마 미유키
처음 뵙겠습니다
포니캐년
1984

2024년의 마지막 3개월은 아메노히커피점의 이전 공사 때문에 너무나 바쁘게 보냈다. 영업으로 지친 몸을 쉬고 싶다, 오랜만에 주말의 공연이나 긴 여행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여유라고는 전혀 없이 영업했을 때보다 더 업무에 얽매이는 매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음악은 거의 안 들었다. 원래 무언가를 하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는 않아 왔던 데다가, 밤에는 낮에 하지 못한 개인 작업에 쫓겨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여유도 갖지 못했다. 공사 현장의 소음은 늘 듣고 있었으나 그 외에는 무음의 하루를 보냈다.
공사가 거의 끝나 가고 스피커에 앰프를 연결해 음악을 재생했을 때, 말 그대로 한숨을 돌린 기분이었다. 드디어 음악이 있는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걸어 본 음반에 담긴 노래는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에서도 소개한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曽我部恵一バンド)의 「마법의 버스를 타고(魔法のバスに乗って)」다. 드럼, 베이스, 기타의 심플한 록 사운드는 스피커 밸런스를 확인하기에 좋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동교동의 작은 커피점에서 즐겨 듣던 곡을 틀고 싶었다. 음악이 흘러나온 순간, 공사 현장이 정겨운 커피점으로 변했다. 마법 같았다.
다행히 새로운 커피점의 사운드는 만석일 때 시끄러워지곤 했던 예전의 협소한 공간보다 많이 개선됐다. 비교적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도 이상한 울림이 없다. 오래된 앰프와 스피커라 그런지 최근의 화려한 음악보다 악기가 적고 오래된 록 음악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나중에 업라이트피아노를 갖추고 싶어서 공간도 확보해 두었다.
실은 2024년 12월 중순에 아직 본격적으로 영업하기에는 부족했던 새 공간에서 첫 공연을 개최해 봤다. 책에서도 소개한 관악기 듀오 뮤직 포 아이솔레이션(MUSIC FOR ISOLATION)이 일본에서 방문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수백 년 전의 골동품 같은 크리스마스캐럴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내 마른 심장에 피를 돌게 해 줬다.

연재 마지막 회에 어떤 음반을 소개할지 고민하다 결국 나카지마 미유키(中島みゆき)를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음악가 한 명, 앨범 한 장을 소개한 책에서도 무리해서 두 작품이나 소개했고, 이제는 일종의 강매 같지만, 내가 미유키교 신자(나카지마 미유키 광팬을 이렇게 부른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책에서는 대표곡이 수록된 1980년대 작 『예감(予感)』과 1990년대 작 『동아시아(EAST ASIA)』를 다뤘는데, 여기서는 숨은 명반이라 할 수 있는 이질적이고 미친 앨범 『처음 뵙겠습니다(はじめまして)』를 소개한다. ‘미친’이라고 썼지만 이는 음악가 본인도 그렇게 말하니 비방이 아니다. 이 작품부터 1988년까지는 지금까지의 노선을 바꾸고 록 음악에 접근하는 등 작풍에 시행착오가 계속되었던 시기로, 나중에 본인이 ‘난심(亂心)의 시대’라고 회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11집인데 ‘처음 뵙겠습니다’라니 묘한 제목이지만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마음이 무거워질 곡들이 즐비해, 이 앨범으로 나카지마 미유키를 처음 만나는 건 장벽이 높은 일일 것이다. 7집 『살아 있어도 될까요(生きていてもいいですか)』도 제목대로 내 취향인 ‘깜깜한’ 앨범이지만 조용한 광기라고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빛을 발하는 것은 이 앨범이다. 어딘가 불가사의한 재킷도 최고로 멋있다.

나는 학창 시절에 이 앨범을 CD 대여점에서 빌려 전곡을 외울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당시의 나는 이 앨범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LP를 꺼내 좋아하는 곡뿐만 아니라 첫 번째 곡부터 순서대로 곰곰이 들어보니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곡들이 다르게 마음에 와닿았다. 단번에 모든 곡을 들을 수 있는 CD로는 알 수 없었는데, A면에서 B면으로 수동으로 판을 바꾸는 순간이 좋다.
A면에 수록된 음악은 일본의 오래된 커피숍에서 흐르는 듯 화려하지 않은 포크 록이다. 질투와 체념을 노래하는데, 차분한 편곡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인다.
그런데 B면에서는 핑크 플로이드 직전 단계의 이질적인 하드록이 울리며 보컬리스트로서 나카지마의 매력이 폭발한다. 빗나간 음정에 듣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여덟 번째 곡과 훈훈한 노래인가 싶더니 무서운 목소리와 함께 지옥으로 향하는 카운트다운이 울려 퍼지는 아홉 번째 곡이 백미지만, 지금까지의 무거운 공기를 망치는 지나치게 쾌활한 마지막 곡 「처음 뵙겠습니다」도 이상하게 끌린다. 이제까지와 완전히 다른 명랑한 목소리는 자포자기한 느낌조차 들고, 리듬에 심장 소리를 샘플링하는 연출도 어딘가 지나치다. 그래도 지나쳐야 록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 시기 나카지마 미유키의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내일의 힘이 생긴다.

내가 나카지마 미유키를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로, 유튜브나 음원 스트리밍 등 온라인으로는 얼마 안 되는 대표곡밖에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있다. 일본의 국민 가수이지만 음원 스트리밍에 정규 앨범이 하나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CD도 LP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꼭 실물 음반을 구해서 한번 들어 주면 좋겠다고 미유키교 신자인 나는 생각한다.
이 연재에서는 온라인으로는 들을 수 없는 음반만 선택했다는 점도 밝혀 둔다. 다이쿠 데쓰히로(大工哲弘)의 『우치나 진타(ウチナージンタ)』도, 이구치 히로시(井口寛)의 『보이스 오브 나가(VOICE OF NAGA)』도 누군가가 불법으로 유튜브에 올리지 않는 한 CD를 입수하지 않고서는, 아니면 아메노히커피점에 가지 않고서는 들을 방법이 없다.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한다.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미즈 히로유키(清水博之)
수필가,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2010년부터 서울 동교동에서 서예가인 아내와 함께 작은 커피숍 ‘아메노히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저서로 『한국 타워 탐구생활』(2015)과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2024)이 있고, 일본어 번역서로 윤성근의 『헌책방 기담 수집가』(2023),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2020) 등이 있다. 『페이퍼』, 『빅이슈』, 『조선일보』 등에서 칼럼을 연재했고, 현재 『호쿠리쿠 주니치 신문』에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