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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리필: 첫 음악 감상회의 첫 곡이 담긴 음반
시미즈 히로유키

2024년 9월 25일 게재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리필」은 한 달에 한 번 연재됩니다.

다이쿠 데쓰히로
우치나 진타
오프노트
1994년

배를 타고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잘 가요 항구」(さよなら港)라는, 1953년에 발표된 일본 가요다. 대학 시절에 푹 빠졌던 일본 록 밴드 솔 플라워 유니언의 어쿠스틱 편성 팀인 솔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이 연주한 버전을 통해 알게 되었고, 정말 많이 들었다. 이 밴드는 1995년의 한신·아와지 대진재로 피해를 입은 어르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옛날 가요나 민요 등을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악기로 연주하며 피난처를 돌아다녔고, 당시 고베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나도 그들의 공연을 쫓아다녔던 것이다.
2024년 7월 15일,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아메노히커피점에서 열린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출판 기념 음악 감상회에서 이 곡을 첫 번째로 재생했다. 한국에 살게 된 계기가 된 아시아 여행 사진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자리였는데, 그 여행은 고베항에서 배를 타고 시작했다. 다만 「잘 가요 항구」가 수록된 솔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의 1997년 2집 앨범 『레벨러스 칭동』(Levellers Ching-Dong)은 일본 부모님 댁에 있었기에, 요즘 가게에서 자주 듣는 다이쿠 데쓰히로의 1994년 작 『우치나 진타』(ウチナージンタ, Okinawa Jinta)에 수록된 「잘 가요 항구」를 들었다. 오키나와 음악의 전설이 오키나와 전통 삼현 현악기 산신을 손에 들고 노래하는 이 앨범은 모노노케 서밋 결성에도 많은 영향을 준 작품으로 베테랑만의 깊이가 있어 좋다. 참고로 두 앨범 모두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기에, 들어 보려면 CD를 손에 넣어야만 한다.

다이쿠 데쓰히로는 1948년 이시가키섬 출신이고 야에야마(이시가키섬을 포함한, 대만에 가까운 서부 섬들) 지역의 민요 가수 일인자로, 오키나와 전통음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세계 각지의 음악가들과 교류해 왔고, 일흔다섯인 현재도 정력적으로 공연한다.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을 집필할 때, 일본의 북쪽 민족 아이누의 음반(안도 우메코의 『이훈케』,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 78–79쪽)을 거론한다면 남쪽 음반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솔 플라워 모노노케 서밋과 함께 학창 시절부터 애착을 가져 온 다이쿠 데쓰히로를 목록에 넣고 싶었지만, 명반이라 불리는 『우치나 진타』는 입수하는 데 시간이 걸려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책의 내용과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포기했다.
흥미롭게도 이 앨범은 독특한 가창법과 산신의 음색이 오키나와를 강력하게 느끼게 하는 반면, 앨범에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노래는 거의 없다. 일본에서 근대가 시작된 19세기 후반부터 1972년에 미국의 점령이 끝나 오키나와가 일본에 ‘복귀’할 때까지 약 100년간, 일본 본토(즉 오키나와를 포함하지 않는 ‘위정자’로서의 일본)에서 만들어져 오키나와나 야에야마에도 흘러들어 온 유행가만을 노래한다. 메이지 혁명, 다이쇼 민주화 운동, 쇼와 대공황, 만주국, 미국에 의한 점령과 복귀 등, 시대가 짙게 드리워진 옛 유행가들이 나란히 서서 오키나와에서 일본 근대사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 음반에서 제일 중요한 노래는 1950–1960년대에 유행한 「오키나와를 돌려줘」(沖縄を返せ)일 것이다. 복귀 후에도 미군 기지는 사라지지 않았고, 일본 본토의 주장일 뿐인 일방적인 이 노래를 다이쿠는 “오키나와로 돌려줘”라고 부른다. 오키나와를 오키나와로 돌려 달라는 것이다.
그런 배경을 알고 들으면 더욱 뜻깊지만, 그렇지 않아도 다이쿠만의 소박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가, 야에야마 민요의 아름다움까지 전달하는 그 음색이 시원하고 기분 좋게 들려 가게에서 자주 틀고 있다. 오키나와 특유의 선율이 아닌 노래도 다이쿠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통해 누구든 품고 있는 신기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여담이지만 커피점에서 전통적인 오키나와 민요를 틀기가 꽤 어렵다고 생각한다(순수한 오키나와 민요가 아닌 『우치나 진타』조차도 처음엔 그렇게 느껴졌지만, 자주 트는 사이에 음반이 공간에 익숙해졌다). 오키나와 민요는 생명력이 세서, 잘못 틀면 커피점이 나하의 기념품 가게나 이자카야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게에서 오키나와 민요를 틀다가도 모르는 일본 손님이 들어오면 다른 곡으로 바꾸곤 한다.
한편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서 아방가르드한 미얀마 전통음악을 틀긴 하는데, 만약 미얀마 사람이 우리 가게에 온다면 양곤의 기념품 가게나 주점에 온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 손님이 있을 때 중국어 노래를 틀거나, 서양 손님이 있을 때 토킹 헤즈나 도어스(몇 년 전, 짐 모리슨 사후의 죽음 그 자체인 싱거운 후기 도어스를 즐겨 듣곤 했다)를 틀거나 할 때에는 상당히 조심하는 편이다.
그런데 술집에 가면, 가게 주인이 내가 일본인임을 눈치채서인지 적극적으로 일본 음악을 선곡해 주는 경우가 정말 많다. 커피점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누가 들어도 멋있는 곡이라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데, 옛날에 지나치게 유행했고 지금 듣기에 조금 쑥스러운 제이팝이나 최신 애니메이션 음악 등을 틀어 주기도 한다. 그럴 때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전혀 나쁘지 않다. 새로운 발견이 될 수도 있고, 대화의 문을 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어떤 편이 정답인지 항상 고민하면서 음악을 튼다.

이 ‘리필’ 원고는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에 실리지 않은 음악과 책을 내면서 일어난 일과 이후에 듣게 된 음악에 대해 몇 번 쓰일 예정이다.

시미즈 히로유키(清水博之)
수필가,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2010년부터 서울 동교동에서 서예가인 아내와 함께 작은 커피숍 ‘아메노히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저서로 『한국 타워 탐구생활』(2015)과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2024)이 있고, 일본어 번역서로 윤성근의 『헌책방 기담 수집가』(2023), 이도우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2020) 등이 있다. 『페이퍼』, 『빅이슈』, 『조선일보』 등에서 칼럼을 연재했고, 현재 『호쿠리쿠 주니치 신문』에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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