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책, oooe
oooe는 워크룸 프레스에서 펴내는 사운드 시리즈로, 말과 소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듭니다. oooe 7–10권은 주어진 주제에 대한 지은이 다섯 명의 독백을 모은 네 권의 앤솔러지입니다.
oooe 9권. 『이것저것의 작은 역사』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것의 움직임과 궤적을 알게 됩니다. 내게 중요한 무엇의 ‘작은 역사’에 대하여.
박대겸은 2000년대 일본 문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과 그 배경에 놓인 역사적 흐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특징이란 미스터리, SF, 판타지, 호러, 나아가 순문학, 대중문학, 라이트노벨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나타나는 혼종성입니다.
오석화는 2000년대 말에 나타났다가 2010년대에 흥하고 이내 사그라든 ‘베이퍼웨이브’라는 비주얼 음악 장르의 역사에 대해 서술합니다. 베이퍼웨이브의 외양, 비주얼, 어원, 국내외의 작품들, 나아가 그 함의에 대한 비평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최가은은, 조르주 페렉이 했던 것처럼, 새로 이사 온 조금 오래된 동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기억으로부터 작은 궤적을 그리는 일은 문학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정기현은 ‘두개골에 쏟아진 말 연대기: 잃어버린 다이나믹’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머리 큼’으로 인해 들어 온 말들을 연대순으로 살펴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가 듣는 말들이 변화할 뿐만 아니라, 그 말이 그에게 일으키는 ‘다이나믹’도 변화합니다.
안은별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경험한 ‘너’의 할머니 ‘미’를 만나고 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는 ‘미’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기대했던 것은 듣지 못하지만 또 그렇다고 ‘미’의 인생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지은이. 박대겸, 오석화, 최가은, 정기현, 안은별.
사운드 디자인. 임희주.
기획 및 제작. 워크룸 프레스.
러닝타임. 1시간 11분
발췌
“일본의 문학사는 1960, 1970년대에 끝이 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문학사, 즉 문학의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는 일단 문학이 무엇인지 개념 정의가 이루어져야겠죠. 그런데 1970, 1980년대에 이르면서 점점 문학이라고 하나로 묶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장르가 나왔기 때문에—문학이 너무 다양해지고 폭넓어졌기 때문에—소위 ‘순문학’만으로 일본 문학을 전부 포괄해서 문학사를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박대겸)
“2011년으로 돌아와 연말이 되면, 베이퍼웨이브 장르의 틀을 완성하고 아직까지도 가장 상징적이라고 생각되는 음반이 발매됩니다. 라모나 안드라 랭글리라는 뮤지션이 ‘매킨토시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플로럴 쇼프』(Floral Shoppe)입니다. 이 앨범의 커버야말로 베이퍼웨이브 비주얼의 정수라고 생각됩니다.”(오석화)
“저는 최근에 7년 정도 살던 도시를 떠나 이사를 왔어요. 이전에 제가 살던 곳은 신도시여서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새 것이었는데,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기는 했지만 역사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을 자주했던 것 같아요. 시간의 흔적이랄까, 그런 것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기가 어려웠어요. 변화를 감각하기에는 눈앞의 모든 풍경이 너무 자주, 쉽게 뒤엎어지곤 했거든요.”(최가은)
“세 번째는 중학 시절 체육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그래도 좀 자란 덕분인지 또래 친구들은 제게 ‘야, 너 머리 되게 커’라고 말하지 않고 좀 더 함축적인 혹은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건넬 수 있게 됩니다.”(정기현)
“원폭을 경험한 사람이나 건물이 ‘어디서’ 그것을 겪었는지 말할 때는 아마 ‘폭심지’라는 좌표의 이름을 쓸 것이다. ‘폭심지에서 3킬로미터 이내’는 너의 할머니가 원폭 투하를 경험한 곳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은 미.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경 게이비선(芸備線)의 열차를 타고 시내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한 순간 눈을 찌르는 듯한 섬광이, 몇십 초 뒤 엄청난 폭발음 같은 것이 들려 오고, 몇 분 뒤에 엄청난 폭풍이 불어 왔다고 전했다. 폭심지 근처에 살고 있던 미의 오빠의 가족은 한 순간 사라져버렸다.”(안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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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0:00–14:15 박대겸
14:15–27:10 오석화
27:10–41:55 최가은
41:55–55:10 정기현
55:10–70:52 안은별
박대겸
소설가. 2023년 장편소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픽션으로부터 멀리, 낮으로부터 더 멀리』,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이상한 나라의 소설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를 출간했다. 대학원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했고, 현재 1980년대 이후 일본의 미스터리, 순문학, SF에 관심이 많다. 다른 서사 장르가 아닌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탈)장르적으로 표현하면 재미있을지 궁리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오석화
2018년 웹진 『비유』에 시 「P.S. Sorry So Sloppy」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평생 문학을 읽고 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해적 번역과 기술철학에 더 관심이 많다. 대전에서 일하며 텍스트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고민한다. 시집 『악필에는 서체가 없다』(근간)가 있다. 블로그 ‘무개화차’(blog.naver.com/ooopak11)를 운행 중.
최가은
문학평론가. 2020년부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문학사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동시대 안팎의 여러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오늘날 비평이라는 글쓰기-행위 자체의 특수성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요즘은 특히 독립된 문학 장르로서 비평의 자리와 그 한계에 대해 고민 중이다.
정기현
소설가. 2023년 문학웹진 『LIM』에 단편소설 「농부의 피」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이 있다.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색다른 일을 알아보고 이해하고 소화하고 싶다고 늘 다짐하며 긴장하고 있다. 이때 색다른 일이란, 웃음부터 슬픔까지 그 많고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이름입니다.
안은별
연구자, 작가. 관광학과 사회학, 미디어 연구와 인문지리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모빌리티 현상, 특히 철도에 매개된 이동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2023년에 도쿄대학 정보학환 학제정보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연구과에 임기가 있는 교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학술적 성과로는 포함되지 않는 곳에서 글을 써 왔다. 이런 산만한 움직임이 결국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태로 일단 표현과 관계 맺기로서의 글쓰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