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보고서는 미술가 Sasa[44]가 해마다 자장면 소비량, 설렁탕 소비량, 휴대전화 통화량 등 자신의 생활 지표 일부를 기록한 작업이다. 2006년 이래 지속된 이 작업은 슬기와 민의 디자인을 거쳐 책, 포스터, 오디오 CD, 엽서 등 매해 매체와 형식을 달리하며 발표돼 왔다. 연차 보고서에서 특정 데이터베이스의 형태로 제시된 작가의 활동 정보는 정보의 수집과 분석, 재배치, 재맥락화를 작업의 방법론으로 삼는 Sasa[44] 작품 세계의 뼈대를 이룬다. 한편 2015년 건강 문제로 술을 끊고 그날그날 식단을 기록하면서 시작된 갱생은 연차 보고서와 짝을 이루는 작가의 초상화다.
2024년 연차 보고서와 갱생은 일체의 시각 보정이나 양식적 변형을 배제한 원형체로 짜여 44부 한정판으로 제작되었다. 요약하자면, 2024년에 Sasa[44]는 설렁탕 또는 곰탕을 38그릇, 자장면을 52그릇 사 먹었고, 서울 시내 극장에서 영화를 3편 관람했으며, 교보에서 책을 121권 구매했고, 교통카드를 79회 사용했고, 전화를 274통 걸었고, 작업실 출퇴근 기록을 74건 얻었고, 대기인 53명 뒤에 줄을 서서 용무를 보았다. 1월 16일 감나무집에서 생선구이와 오징어볶음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마시며 시작된 그의 갱생은, 순수한 합리적 서체의 특색을 보존한 원형체 못지않게 현대 자본주의와 소비, 문화와 예술 생산의 위계가 얼마나 생소한 형태로 변환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Sasa[44]
미술가. 개인전으로 『쇼쇼쇼-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를 재활용하다』(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모다페 2005 프로그램), 『우리 동네』(김진혜 갤러리, 2006), 『오토 멜랑콜리아』(대안공간 풀, 2008), 『가위, 바위, 보』(시청각, 2016), 『엉망』(일민미술관, 2018), 『와당탕퉁탕』(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1) 등을 열었고, 일민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아르코 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리움, 플라토,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했다. 2006년부터 매해 ‘연차 보고서’를, 2016년부터 매해 ‘갱생’을 발표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