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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전에 듣는 음악 2: 그건 내가 아니야, 자기(It Ain’t Me Babe)
정우영

2025년 9월 30일 게재

『버리기 전에 듣는 음악』의 일부를 연재합니다. 매주 화요일, 다섯 번의 연재 이후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핫뮤직 편집부
일렉트릭 기타 주법 연주집
핫뮤직 편집부
1991년

바이닐로 음악을 듣는다 하면 대부분 몇 장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자본주의가 없다고 가정하는 모든 종류의 예술에 하품을 하고, 그렇게 묻는 사람들을 천박하다기보다 불우하다 여긴다. “2,000장 이후 세어 본 적 없다” 답한다. 거짓말이다. 2,000장이 된 시점도 모르고, 3,000장이 있을지언정 2,000장으로 줄이려 애쓴다.

한국의 입지전적 음반 수집가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있다. “수집가는 2,000장에서 결정돼요. 거기서 더 늘어나느냐, 그만두는냐에 달렸죠.”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딱히 근거 없는 얘기였는데, 신기하게도 나 역시 2,000장이 기준이다. 한국의 평균적인 주거 환경에서 수용 가능한 바이닐이 2,000장일까? 일리 있지만, 내게는 방치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양이어서, 스스로 수집가가 아니라 판단할 수 있어서 2,000장이다.

바이닐을 계속 사다 보면 종이 한 장 더 있는 것도 버거운 시점이 온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플렉시 디스크’, ‘사운드 시트’라 불리는 종이만큼 얇은 7인치 바이닐이 있다. 제작비도 적게 들고 가벼워 기념품으로 빈번했다. 『핫뮤직』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발행된 한국의 음악 잡지로, 이 플렉시 디스크는 1991년 7월호 부록이었다.

잡지를 사고 받지 않았다. 어떤 중고 바이닐에 끼워져 있었다. 일렉트릭 기타에 관한 계열이 다른 여러 용어, 이제는 온라인에 넘쳐 나는 수준의 정보가 담겼다. 『핫뮤직』에 별다른 애착은 없었다. 소문과 사실과 의견이 뒤섞였고, 지나치게 클래식 록에 편향된 잡지였다. 『핫뮤직』이 없었다면 당시의 서양 음악은 보다 더 환상에 가까웠겠지만, 『키노』처럼 그립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물론 성문영 기자의 기사를 제외해야 한다.)

처음 록을 들은 시기라면 이 바이닐이 반가웠겠다. 싱글 코일 픽업*과 험버커 픽업**이 뭐가 다른지 몰랐고, 그때는 그걸 아는, 곁에 없는 친구가 그리웠다. 하지만 지금 이 바이닐은 당시의 불우한 정보력과 편집력, 그럼에도 계몽에 가진 그들의 사명감을 애처롭게 상기한다. 적어도 그 점에서는 『뿌리깊은 나무』를 버리지 않은 배경과 같다.

나는 2,000장 이전이든 이후든 끊임없이 음반을 팔거나 주거나 없앴다. ‘어떤 음악이 계속 들을 만큼 가치 있는지 가늠하는 브레이크’가 중요했고, ‘(영화 평론가 정성일식으로) 같은 말을 다른 판본으로 하면’, 콜렉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딱 한 개 원했던 그 안경을 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더 많이 갖는 것과 더 잘 보는 것을 헷갈리게 한다. 나는 더 잘 보고 싶었다. 이 음반을 정리하면 수집가에서 한 발짝 더 멀어질 수 있다.


*싱글 코일 픽업(Single Coil Pickup): 하나의 코일로 이루어진 기타 픽업. 험버커보다 밝고 선명한 톤이지만 전기적 노이즈에 민감하다. 펜더의 대표 기타 모델인 스트라토캐스터나 텔레캐스터에 주로 사용된다.

**험버커 픽업(Humbucker Pickup): 두 개의 코일을 반대 방향으로 배치해 외부 노이즈를 상쇄시키는 구조의 픽업으로, 싱글 코일보다 두껍고 파워풀한 전기 기타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1950년대, 깁슨에서 개발했다.

정우영

프리랜스 에디터.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코리아』(Dazed & Confused Korea)와 『지큐 코리아』(GQ Korea)에서 일했다. 음악 페스티벌 ‘서울 인기’, 잡화점 ‘우주만물’, 음악 바 ‘에코’, 온라인 음악 플랫폼 ‘버드엑스비츠’(BUDXBEATS)를 좋은 동료들과 함께 기획하고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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