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책, oooe
oooe는 워크룸 프레스에서 펴내는 사운드 시리즈로, 말과 소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듭니다. oooe 7–10권은 주어진 주제에 대한 지은이 다섯 명의 독백을 모은 네 권의 앤솔러지입니다.
oooe 10권. 『똥, 쓰레기, 짚』
나를 사로잡은 최악의 것에 대하여—그것은 내게 어떻게 ‘싫음’을 주고 또 그 ‘싫음’은 어떤 느낌인지.
지은이. 오석화, 정기현, 박대겸, 안은별, 최가은.
사운드 디자인. 임희주.
기획 및 제작. 워크룸 프레스.
러닝타임. 1시간 4분
발췌
“물론 제가 연애나 결혼을 하는 데 있어 이런 조건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라는, 낭만주의적이거나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여기 나오기로 결정한 참가자들이 저보다 딱히 더 속물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오히려 안쓰러운 데가 좀 있어서 즐기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만 이걸 이런 식으로 구성하고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안방에 송출하게 만든 과정 전체와, 늘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고 소비해 줄 준비가 된 문화적 환경, 그것들을 작동하게 만드는 너무나도 편협한 정상성의 범주들이 싫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오석화)
“제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 채신 분이 있으시려나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언행 불일치를 싫어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행 불일치를 너무도 뻔뻔하게 행하는 사람들, 그 믿음이 크든 작든 그 믿음을 부침개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그 행동이 너무나 싫습니다. 그런데 이 고백은 내뱉는 순간 저 스스로를 향하기도 합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말을 내뱉고 사는데, 너는 언행 불일치를 행한 적이 한번도 없을 것 같아? 음, 네가 뱉은 말을 어떻게 지키는지 보겠다. 언행 불일치를 그렇게 싫어한다는 네가 얼마나 결백한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겠다. 이런 식으로요.”(정기현)
“싫어한다기보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해야 될까요. 짧은 문장이 반복되는데, 그냥 짧은 문장이 아니라 과거형 서술어로 끝나는 짧은 문장이 반복되는 스타일, 배열을 잘 못 읽습니다. 다른 산문 장르에서는 조금 덜한 편인데, 소설에서 특히 그런 편입니다.”(박대겸)
“저 인간들은 그림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구나, 하고 나는 경멸을 느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주어진 상황에서 반드시 원하는 그림을 찍고 말아버리는 그 추진력, 어쨌든 프레임을 설치하고 그 프레임 안에 사람들을 집어 넣고 그 사람들이 피곤한 기색을 보여도 멈추지 않는, 그들의 저돌성에 감탄했고 나 역시 때로는 저렇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말한 문장은 인생 처음으로 방송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 힘들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쓴 일기의 일부다.”(안은별)
“그런데 그것은 특정 세대, 특정 계층에 속한 남성들, 그러니까 자신의 나이 들어 감을 특히나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남성들에게서 자주 발산되는 것이기에, 그런 남성들을 가까이서 볼 일이 많은 저에게는 사실 꽤나 익숙한, 싫은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한번도 저에게 ‘똥’이었던 적은 없거든요. ‘똥’일 수 없던 것이 이제 와서 나에게 ‘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을 거듭해 보니 핵심은 저 확고한 믿음 자체에 있는 것 같았어요.”(최가은)
이용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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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0:00–13:10 오석화
13:10–26:05 정기현
26:05–37:50 박대겸
37:50–50:05 안은별
50:05–63:53 최가은
오석화
2018년 웹진 『비유』에 시 「P.S. Sorry So Sloppy」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평생 문학을 읽고 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해적 번역과 기술철학에 더 관심이 많다. 대전에서 일하며 텍스트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고민한다. 시집 『악필에는 서체가 없다』(근간)가 있다. 블로그 ‘무개화차’(blog.naver.com/ooopak11)를 운행 중.
정기현
소설가. 2023년 문학웹진 『LIM』에 단편소설 「농부의 피」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이 있다.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색다른 일을 알아보고 이해하고 소화하고 싶다고 늘 다짐하며 긴장하고 있다. 이때 색다른 일이란, 웃음부터 슬픔까지 그 많고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이름입니다.
박대겸
소설가. 2023년 장편소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픽션으로부터 멀리, 낮으로부터 더 멀리』,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이상한 나라의 소설가』,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를 출간했다. 대학원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했고, 현재 1980년대 이후 일본의 미스터리, 순문학, SF에 관심이 많다. 다른 서사 장르가 아닌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탈)장르적으로 표현하면 재미있을지 궁리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안은별
연구자, 작가. 관광학과 사회학, 미디어 연구와 인문지리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모빌리티 현상, 특히 철도에 매개된 이동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2023년에 도쿄대학 정보학환 학제정보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연구과에 임기가 있는 교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학술적 성과로는 포함되지 않는 곳에서 글을 써 왔다. 이런 산만한 움직임이 결국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태로 일단 표현과 관계 맺기로서의 글쓰기를 한다.
최가은
문학평론가. 2020년부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문학사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동시대 안팎의 여러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오늘날 비평이라는 글쓰기-행위 자체의 특수성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요즘은 특히 독립된 문학 장르로서 비평의 자리와 그 한계에 대해 고민 중이다.